연구모임 아프콤(off-com) 월례발표(2) 

회로들 속에서 : 미디어, 세대, 정체성

2017년 8월 18일_부산





페미니즘과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있을까 싶을정도로 분야를 막론하고 페미니즘이 붐이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역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페미회로>는 과학기술계 내의 페미니즘 운동을 하고 있는 모임이다. 결성 초기엔 페미니즘과 다소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는 이유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고 한다.  


이들이 생활하고 있는 과학기술특성화대학들이 공통적으로 ‘과학을 한다는 것의 정체성이 너무 강한 공간’이어서 대개 ‘실력으로 인정 받으면 된다’는 논리가 절대적으로 발휘되는 탓에 젠더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한다. 더군다나 이공계 내의 성차별 사례들을 모으지 않으면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을 전달하고 증명하기가 너무 어려웠기에 연합을 통해 운동을 지속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러나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의 구조가 내부적으로 워낙 조밀하게 나뉘어져 있고(실험실, 분반, 동아리 등) 소문이 너무 빨리 퍼지며(‘쟤 매갈이라던데?’) 페미니스트로 오인 받지 않게 일반인 코스프레를 해야 하는 형편이어서 연대가 무척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사회적인 페미니즘과 젠더 이슈가 과학기술계의 상황과 잘 어울리지 않은 형편과 넷페미의 논의 중심으로 들어갈 수 없는 조직적인 조건 또한 있었던 터라 <페미회로>의 활동이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쯤으로 오해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이슈파이팅이나 이슈메이킹보다 시급한 이공계 내의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하는 방식이 주류 페미니즘 진영의 중요 이슈와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고민은 발표 현장에서 현재 페미니즘 운동의 특징과 문제들에 대한 논의에 이르기까지 무척 많은 의견들을 이끌어내었다.


지역 이공계 특성화 대학에 여성학 관련 수업 및 세미나를 접하기 어려운 형편과 불균형한 성비. KAIST 마고, POSTECH 포스텍 페미니즘, UNUST 오프코르셋 등 지역의 과학특성화대학에서 페미니즘 운동이 조직적 움직임과 연대를 모색하게 된 것은 2015~2016년에 불거진 SNS 상의 페미니즘 담론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어디에서 누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각각의 지역이 달랐던 탓에 연락을 취하는 데만 두 달이 걸렸다고 한다. <페미회로>의 회의 및 기획이 주로 온라인 공간을 활용하는 것은 지역 간 거리 차이와 구성원 절반이 대학원생이어서 실험 일정 때문에 오프라인이 주가 되면 오히려 활동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열악한 여건 속에서 활동을 하는동안 내부적으로 공유하는 몇 가지 원칙을 세울 수 있었다. 주요 활동 무대와 형식이 온라인이긴 해도 SNS 상의 광역 연결이 꼭 긍정적이지만은 않을 수 있고 오프라인으로 이어지지 않은 온라인 운동을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페미회로>의 지리적 특성상 지역에 거점을 두고 할 수 있는 활동과 지역 이공계 중점 대학의 삶(들쑥날쑥한 실험실 스케쥴, 주변 대학과의 교류 미비 등)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제약적 조건’이 외려 모든 활동은 유연해야 한다는 내부 원칙을 구축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페미회로>의 주요활동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된다. 여성과학기술인의 삶을 기록하는 ‘인터뷰 프로젝트’, 여성과학기술인 배제문제와 성차별적 과학지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젠더서밋 스토리펀딩’, ‘매달 두 권식 SF, 페미니스트 STS, 혹은 과학과 젠더 관련 책을 읽고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북큐레이션’, 이공계 대학 내에서 겪는 성차별을 기록하는 ‘이공계 내 성차별 아카이빙’. 이슈를 정해놓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활동들을 해나간다고 한다. ‘성평등을 코딩하라’ 상영회나 여성과학기술인 배제 문제를 거론한 ‘March for Science’와 같은 활동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비교적 짧은 이력에 비해 아주 다양한 활동을 해온 것은 구성원들이 하고 싶은 활동이 다 다르기 때문인데 조직적인 운동의 경험이나 학습이 없었던 이유로 매번 달라지는 활동이 외려 혼란스럽게 느낀 적은 없다고 한다. 스스로의 활동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나가는 것이 좋을지에 관한 ‘정체성 찾기 회의’에 대한 경험을 들려주었는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각자의 입장을 공유했던 그 시간이 무척 흥미 있게 들렸다. 페미니즘 운동이 이슈 중심으로 흘러가는 측면이 강해 국지적이고 개별적인 이슈를 귀담아 듣지 않는 측면이 있는데, <페미회로> 내부의 회의들 속에서 구체적인 이력을 듣는 것의 중요성을 새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페미회로>의 활동은 2000년대 초반부터 활발하게 진행되어온 학술대안운동의 형식과는 다른 운동체이자 연대체의 사례로 읽혔다. 기존의 코뮨운동이 대의를 모임의 중심축으로 삼고 있는 것과 달리 개별적인 관심사와 욕망을 인정하면서 주어진 조건을 최대한 유연하게 활용하는 방식으로 활동을 지속하는 방식에서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페미회로>가 자유주의자들의 느슨한 연대체라고만 말할 수 없는 것은 이공계 대학 내의 일상생활에서 마주하게 되는 조리돌림과 폭력, 조직 내에서의 왕따라는 직접적인 폭력 아래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말하자면 코뮨적 이력이 전혀 없다고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페미회로>의 활동에 대해 과학적이고 논리적이라고 평가하는 비평 또한 이들의 정체성을 전공과 일치시켜버리거나 환원해버리는 측면 또한 있다. 1시간동안 ‘막힘없이, 꾸밈없이, 체계적으로’ 이어졌던 <페미회로>의 발표는 기왕의 것과는 조금 다른 연대체이자 운동체의 중요한 사례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우리 모두 닥치고, 밀양

 

2013. 05. 25.

밀양 부북면 평밭마을에서의 기록

 

양순주

 

  대치 상황.

 

  밀양으로 가기 전날과 가던 날 아침에도 어김없이 페북을 통해 여러 소식을 전해 들었다. 아침에 매체에 뜬 속보는 공사 중단을 알렸다고 했지만, 현장에 있던 몇몇 인부들과 어르신들의 사소한 다툼 또한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매체는 중단을 공시(公示)하면서 현장의 목소리 정도는 사소한 것으로 가볍게, 묵살(默殺)해 버린다.

 

  주말이라 많은 사람들이 밀양 곳곳으로 찾아들어왔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공권력은 침묵한다. 중단을 선언하며.

 

  다시 시작된 공사 첫째날 어떤 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된 사진은 그들(한전/정부)이 가까스로 막아놓았던 사실을 폭로(暴露)하고 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또 다른 여론은 밀양을 조금씩, 그러나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내 눈 앞의 현실이 아니니까, 또 깊은 산 속 마을의 일이니까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들(한전/정부)과 공모(共謀)하고 있다.

 

  그들(한전/정부)은 각지에서 출발한 탈핵희망버스의 밀양행을, 그렇게 구성되는 다중의 역능이라는 두려움을, 공사 중단이라는 이쁜 말로 포장해 둔 것은 아닌가. 그러나 우리는 <좋아요>라는 루트를 통해 그 사실을 전파한다. 그리고 또 밀양으로 간다. 그렇기에 그들과 우리는 여전히 대치하고 있다. 그 대립은 우리의 시작에의 선언이다.

 

 

              

 

 

  마을 비석을 지나 조금만 올라가면 나무들 사이사이에 둘러쳐진 밧줄이 얽혀있다. 그 뒤 산길가 바닥에, 돗자리 위에, 의자에 평밭마을 어르신들이 누워있다. 길 위, 노상(路上)에서 생활한지는 이미 오래다. 그리고 잇달은 경운기들. 일손(사람/경운기)은 멈춰있다. 삶의 중지. 그들(밀양 어르신)에게는 집안일을 돌볼 여력이 없다. 꽃나무에 물을 줄 시간조차도.

 

 

  765kV out!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와 같이 면적이 넓은 나라에서 장거리로 발생하는 전기손실률을 줄이기 위해 개발된 765kV의 초고압 송전탑이 대한민국의 어느 마을에 꼭 필요한 것인가. 일반적으로는 345kV인 고압 송전탑이 건설되어 있으나 이번 경우엔 765kV에 달하는 초고압 송전탑이며, 이것이 산을, 들판 한가운데를, 주민들의 생활권을 관통하려 한다.  

 

  애초에는 보상을 위한 협상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가 9억원이 넘는 논에 공시지가라는 명목으로 3000만원이라는 금액을 염치없이 내밀며, 그들(한전/정부)은 보상(補償)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그리고 그 날밤 할아버지의 죽음(2012년 1월 이치우 어르신(74) 분신). 어르신의 삶의 시간을 송두리째 빼앗은 그들(한전/정부)은 이제, 무엇으로 다시 보상해 줄 것인가. 아니 보상이라는 말따위를 어떻게 뻔뻔스레 들이밀 수 있을까.

 

  보상이라는 하잘것 없는 미끼에 속아줄 이들은 이제 없다. 그들(밀양 어르신)은 죽어도 좋다고까지 말했다고도 한다.

 

  한전이 말하는 보상 범위는 현행 송전선로 좌우 34M에서 94M로 확대된 것뿐이다. 765kV인 초고압 송전탑은 높이만해도 140M라고 한다. 그런 초고압 송전탑과 그 선로에 100M도 되지 않는 반경 안에 사람이 산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더라도 가능하겠는가. 8년이라는 시간을 싸워오며 얻은 것이 고작 60M가 늘어난 보상 범위라고 한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내가 대학/원을 다닌 시간과 맞먹는 기나긴 시간동안 그들(밀양 어르신)이 싸워서 지키고자 한 것을 60M로 보상해 준다고 하는 그들(한전/정부)의 말은 어디로부터 튀어나오는 것인가. 

 

  8년을 시간을 날림으로 날조(捏造)한 그들의 말을 이젠 어떻게 신뢰하겠는가. 그러니, 지식경제부가 제출한 소요 재원(2013년부터 12년간 1조 3639억원을 345kV 이상 송전선로 지역과 발전소 인근지역에 쓰겠다)이 진정 실효성 있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 거짓된 주장에 맞서, 그 돈을 차라리 인근지역 주민의 안전한 삶을 보장해 주는 지중화(송전선로를 땅에 묻는 방식)로 하자고 밀양 어르신들은 주장한다. 이것은 왜, 무엇이 잘못된 주장인가. 공권력의 횡포에도 불구하고 대화로, 이렇게 타당한 대안까지도 제시해 주는 이들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생각해보라. 이 하찮은 핸드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인체에 해롭니 어쩌니를 운운하면서, 765kV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그렇기에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 달라는 그들의 요구가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상상이나 해 보았는가. 45층 건물 규모의 거대한 철탑이 내뿜는 발열량, 소음, 전자파. 이 모든 것들 곁에서 당신의 삶은 안녕(安寧)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그들은 너무나 당당하다. 애초에는 용역을 데려와 밀양 어르신들을 끌어내고, 이제는 경찰을 대동하여 보호(保護)라는 명목하에 폭력을 행사한다. 경찰은 누구를 보호하는 것인가. 한전은 경찰과 함께 밀양 어르신들을 막아 세우고 그들(밀양 어르신)의 터전으로 침투하여 서서히 그러나 재빠르게 공사를 진행한다. 그들(한전/정부)의 다급함은 결국 발설(發說)되었다. 자신들의 입에서. 한전 부사장의 말을 통해 "UAE 원전을 수주할 때 신고리 3호기가 참고모델이 됐기 때문에 (밀양 송전탑 문제는) 꼭 해결돼야 한다", "2015년까지 (신고리 3호기가) 가동되지 않으면 패널티를 물도록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는 진짜 이유가 밝혀졌다. 자신들이 작성한 한 장의 종이를 위해 사람들의 삶과 목숨을 위협하고 있는 그들(한전/정부)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 자들인가. 

 

 

 

 

     

  밀양 어르신들은 송전탑 건설 반대를 주장하며 마을입구를 봉쇄(封鎖)해 두었다. 모든 걸 내어놓고/내려놓고 가로막기 시작한 싸움. 그러나 그들(한전/정부)은 그 선을 무력(武力)으로 침입해 어르신들을 봉쇄시켜놓고 공사를 강행한다. 잘 포장해 묻어둔 것이 터져버린 것을 막기 위해 그들(한전/정부) 역시 싸움에 동참한다. 그러나 그것은 임시방편일 뿐이고 또 다시, 계속해서 터져나올 것이다. 자신들 스스로의 입을 통해, 그리고 그 사실을 본 무수한 이들을 통해, 또 밀양을 묵묵히 지키며 끝없이 싸우는 어르신들을 통해. 그렇기에 봉쇄는 이미 해제되고 있다. 그 곳에 우리의 시작이 가로놓여 있다. 

 

 

  다시 월요일. 사람들의 일상은 시작된다. 휴일을 맞아 쉼의 시간을 가지고 우리는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한다. 그러나 지금, 밀양의 그들에겐 지난한 싸움의 시간이 곧 그들의 일상이다. 일상이라는 어의(語義)의 괴리(乖離). 그 엄청난 격차 앞에서 나는 한없이 죄스럽다. 그럼에도 나는 밀양이 아니라 여기, 일상에서, 나의 자리에 서 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역설적이지만) 우리 모두 닥치고, 밀양!

 

 

 

어소시에이션, 만남을 통해 가능한 어떤 것에 관하여

-대안을 준비하는 문화정책포럼(4월) 참관기

 

 

양순주  

 

 

  4월 24일, 서울에서 있을 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이른 시간부터 집을 나섰다. 언제나 그렇듯, 터전하던 곳을 벗어나 어딘가 다른 곳으로 다녀오는 것은 그리 어렵지도 않지만 또 쉽기만 하지도 않다. 팀의 이름으로 목적을 지니고 다녀오는 것이었기에 기분 좋은 긴장감(?)이 있었다. 그것은 혼자 또는 함께 여행을 갈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설렘이 있지만 결코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닌, 쿵쾅쿵쾅하면서도 가슴 속에 뭔가가 꽉 막힌 듯한 긴장감. 이전에 상허학회 좌담회를 위한 예비/모임에 참가할 때, 그리고 워크숍을 위해 일본으로 갈 때에 KTX에서, 비행기에서 체감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부산을 떠나 어디론가 가는 길에서 몸이 느낀 것들은 여운을 남기고 또 다시금 어떤 순간을 상기시키는 듯하다. 

 

  <<문화적인 삶의 방법들_직접 만들어가는 삶>>이라는 주제로 "대안을 준비하는 문화정책포럼(4월)"이 2013년 4월 24일 수요일에 열렸다. 4개의 모임(시민자치문화센터/극단'뛰다'/aff-com/우리동네사람들)에서 사람들이 초대되어, 각자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들을 이야기해 보는 자리였다. aff-com(이하 아프-꼼)은 <삶-연구-글쓰기의 인터페이스(interface), aff-com>이라는 주제로 연구모임의 궤적과 활동들을 소개하기로 했다. 공식적인 자리에 나서서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많지 않았던지라, 또 이전에 있었던 연구모임의 활동들을 실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말하는 것(언어)으로 아프-꼼을 말(소개)하는 게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물론 그 말들이 온전히 전해지는 것도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지만, 기왕에 얻은 기회를 통해 좀더 많은 이들과 아프-꼼의 활동들을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해서 소개글과 피피티를 준비하기로 했으나 피피티는 상경하는 기차 속에서도 계속 만들어지는 중이었다. ^^;  

 

 

 

 

 

  이주민문화예술센터 프리포트에 일찍 도착해 있다가 문화연대에서 오신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따끈따끈한 피피티를 전해드렸다. 설치되어 있던 노트북과 버전이 안맞아서 완전한 피피티를 보여줄 수는 없었던 아쉬움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리고 포럼이 진행된 장소 역시 의미있는 곳이었는데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해 구석구석 둘러보지 못했던 게 아쉽다.

  박찬국(미술가. 논아트밭아트 디렉터) 님의 사회로 오후 3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매월 시행하고 있는 문화접촉 프로그램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셨고, 최근 다른 삶을 살아보려는 의지들이 많이 높아져 새로운 길들을 찾아나서는 것들이 정치적, 사회적인 실천으로 의미가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런지 당일, 참가한 사람들도 꽤 많았고 그 시간, 그곳은 열기와 사람으로 가득찬 공간이 되었다.    

 

 

 

 

 

  이광준(시민자치문화센터 공동소장) 님의 <생태적 문화귀촌과 제작문화>를 필두로 하여 아프-꼼, 임정아(우리동네사람들) 님의 <혼자의 삶에서 여럿의 삶으로>, 배요섭(극단 '뛰다') 님의 <화천에서 연극하기> 순으로 발표들이 이어졌다. 이광준 님은 대안적 삶을 위한 생태문화적 귀촌, 소통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플랫폼으로서의 생태적 문화 귀촌, 이를 위한 생태적 문화귀촌 우물터-공감토론, 아카데미, 지역탐구생활 등에 대해, 그리고 다른 삶을 유희해 낼 수 있는 동력으로써의 제작 문화를 소개, 설명해 주셨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부산에서 이루어지는 모임(생각다방 산책극장)이나 일본에서 가 보았던 장소(이레귤러 리듬 어사일럼) 등도 생각났다. 아프-꼼은 2008년부터 시작된 연구모임 a로부터 시작된 다양한 기획들-웹진 아지트, 로-컬쳐(Lo-culture), net-a라는 이름으로 국경을 넘어 이루어진 활동들과 더불어 아프-꼼이라는 이름으로 이행되면서 변주된 총서, 어소시에이션 활동 등에 관한 궤적들을 소개했다. 또한 대학, 제도, 지역의 관성적이고 타성적인 관계맺음의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결속의 형식을 얻고자 하는 노력이자 실험으로서의 활동들이 지닌 가능성과 에너지, 실패의 위험성 등에 대한 이야기들도 이루어졌다. 그 디테일들을 최대한으로 전달하기 위해 너무 애를 쓴 나머지 다른 분들보다 더 긴 시간동안 발표하기는 했지만 너그러이 이해해주셨다. 임정아 님은 길게는 10년, 짧게는 2년 정도 정토회 청년 활동을 통해 알고 지낸 6명의 친구들과 귀농을 준비하는 우리동네사람들(우동사)에 대한 소개를 해주셨다. "우리는 함께 살고 있고, 귀농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것에서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있는 밥상 모임, 카페오공, 텃밭오공, 공동주거 등의 활동과 그 방향(자립)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함께 생각하면서 어떤 꿈을 같이 꾸고 실현해 나가는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는 즐거운 모습들이 담긴 피피티가 인상깊었다. 배요섭 님은 2001년 한예종 연극원 동기들이 모여 만든 연극창작단체 '뛰다'를 소개해주셨다. 자료집에 실린 글들로만 가지고 형식적으로 말하고 싶지 않다고 하시며 공연, 모임이 자리한 공간(화천), 마을 내에서 행한 사업-영정사진, 결혼사진, 마을대동회 잔치와 같은 이벤트들 등을 담은 이미지와 영상들을 보여주셨다. "함께 논의하고, 작업하고, 함께 나누는 것"을 관계를 유지하는 원칙으로 삼아 단체를 이끌어가는 방향에 대한 고민들을 하고 있다는 점들이 실제 활동에서도 많이 녹아들어 있어서 흥미로웠다.

 

 

 

 

 

  특히나 그간 '뛰다'의 작업들을 '진화하는 연극', '저항과 치유의 연극', '유목하는 연극'이라는 말들로 정리해서 '창작과 연구와 공동체'에 관해 다양한 시도들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은 아프-꼼의 인터페이스와도 공통되는 지점이라 반가웠다. 이렇게 또 전혀 다른 장소에서, 다른 형태나 실험들을 통해, 유사한 고민들을 가지고 삶을 변화시키려하는 이들과 만나게 되는 순간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또한 그러한 순간들을 통해서도 활동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이 순간들을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시도하는 동력들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고, 또 그 과정에서 분투해야하는 것들에 대해서 더 치열하게 고민을 해야겠다.

  이후 전체토론과 플로어 질의에서는 이러한 점들을 바탕으로 한 공통되는 지점과 차이나는 지점들에대해서 몇 가지 이야기가 이루어졌다. 임정아 님은 예술과 자립, 또 그 실천의 일환으로서의 귀농, 그렇기에 자립은 '혼자서 결단내리고 다 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습관을 버리고 새로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임정아)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으셨다. 그리고 현실에서 부닥치는 감정 문제, 특히 싸움에 대한 이야기들도 듣고 싶다는 의견에 있어서 꽤 많은 얘기들이 오고 갔다. 배요섭 님은 사적인 문제들이 결부되어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공동체에서 특히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무엇일까를 살피면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단체에 속해 있으면, 그 단체를 통해 개인이 원하는 것들을 이룰 수 있어야 하는 지점도 중요한데, 그것이 한편으로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개개인 각자는 원하는 것, 역할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것들을 어떻게 조율해 가느냐, 또 그 조율하는 과정을 통해 이를 실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라는 얘기도 해주었다. 그외에도 정부 정책 및 지원금 등에 관한 시스템의 문제와 이를 넘기 위한 시도와 발상들에 관해서도 공유가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비슷한 지점들이 분명히 있었고 또 많았지만, 결국에는 다 똑같구나 하는 환원의 논리에 빠지지 않게 박찬국 님께서 마무리를 잘 해주셨다. 한편으로는 공동체의 차원을 다 달리한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 속에서 "어떻게 공유문화를 확장해 갈 수 있는가 하는 가능성"들을 참석해주신 분들이 다들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하게 있는 것들을 구체화하고 드러내보고 더 튼튼한 방식으로 조직"할 수 있는 "상상"이 필요하며 이 때 "상호지지"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지점은, 추상적인 어떤 말보다도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포럼은 마무리되었지만, 정리하면서 아프-꼼에 대해 들어보고 또 평소 때 궁금했던 지점이나 부산에서 이루어지는 대안적인 활동, 연구모임 등에 대한 문의가 있어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또 부산에서 활동을 하다가 상경한 분도 만나서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정식집에 가서 식사를 하면서 문화연대 측의 많은 사람들과 활동에 관한 고민, 즐거움, 어려움에 대한 얘기들도 할 수 있었다. 또 그날 수요문화제가 있다고 잠깐이라도 보고 가라고 홍대클럽 빵으로 나를 안내해준 꽃섬 님께도 감사하다. 

 

 

 

 

 

  조금 늦게 도착해서 김봄눈별 님의 오프닝 공연에 이어 예술가들의 퍼포먼스, 그리고 콜트콜택기타노동자밴드의 노래 한 곡까지를 들을 수 있었다. 기타를 만들기만했지 연주해 볼 엄두는 내지 못했었다던 말들, 그러나 이렇게 연주하면서 더 많은 분들에게 이 상황(콜트콜택 노동자투쟁 등)을 알릴 수 있게 되었다는 고마움의 말들, 특히나 밴드의 공연 전에 이루어진 예술가들의 퍼포먼스는 정말 인상깊었다. (고무줄)이 끊어지고, 공장의 문이 닫혀도 우리의 작은 행동은 끝나지 않는다는 의지와 신념, 그리고 밴드의 손과 목소리를 통해 전해 들은 <불놀이>는 정말 온몸에 전율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아니 그것으로는 표현하기 부족한 그 삶들에 어떠한 말을 붙이기는 어렵다. 그저 한갓의 수사나 말들로 그들의 삶을 덧칠하고 싶지는 않다. 내 몸이 느꼈던 그 전율, 미세한 감각들에 대해 더 많이, 더 깊이 사유하고 또 실천해야겠다는 생각들을 가져본다. 그럼에도 KTX 시간에 급급해 공연을 더 보지 못하고 나왔던 조급함, 한심함에 대한 생각들과 함께. 

 

 

 

 

 

 

 

 

 

  지난해 8, aff-com또 다른 삶에의 열정이라는 인터뷰를 통해 니시야마 유지(西山雄二)를 만났습니다. 그것은 인터뷰이와 인터뷰어의 만남이기도 했지만, 실은 지난 시간동안 aff-com이 다양한 이름으로 만났던 무수한 이들의 이름이 겹쳐진 만남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연대의 선을 따라 201322()에 <철학에의 권리> 상영/토론회를 개최합니다.

 

  프랑스 국제철학콜레주는 자크 데리다, 도미니크 르쿠르 등이 세운 학교로, 국가지원금을 받아 비영리로 운영되고 있는 곳입니다. 이곳은 일반 대학과 달리 학위나 시험이 없고 학비나 입학자격도 없습니다. 강의는 모두 토론 중심의 세미나 형식으로 연간 100회 정도 시행되고 있으며, 서평회나 심포지엄도 프로그램 디렉터들에 의해 열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철학콜레주에 참여하고 있거나 참여했던 사람들의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니시야마 유지의 <철학에의 권리>이며 그 역시 국제철학콜레주에 디렉터로 참여하였습니다.

 

  만남의 시간들이란 때로는 잊혀지기도 하지만 좀더 정확히 말해, 조우의 순간에만 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당일 그 시간 속에서만 감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 시간이 잊혀진 과거의 것이나 먼 미래의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맛볼 수 있는 것임을 실험할 수 있는 장소/시간으로 당신들을 초대합니다. 문턱 없는 지식의 실험장에서 수많은 당신들을 만날 수 있길.

 

 

 

 

 

 

 

 

 

 

 

 

 

 

 

 

 

<Lo-culture 합평회> '함께 있음'의 '사이 공간' 자료집 배부처

 

 

 

Lo-culture.pdf

 

 

 

 

 

 

 

연구모임 아프콤에서는 젊은 세대가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하는 자립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연구와 실천적 활동을 병행해왔습니다. 자립독립의 문제인 동시에, 젊은 세대들이 어떻게 사회라는 구조 속에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다른 삶을 기획할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질문을 더듬어가는 과정은 지역, 자리, 발화, 청년, 등의 문제의식과 키워드를 지도 삼아 없는 길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기도 하였습니다. 지역의 20대들이 글을 통해 관계맺고 채워나가는 온라인 매체인 <웹진;아지트>, 빈땅 점거 영화제 <풍기문란 밤놀이>, 지역의 20대가 대안적인 삶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릴레이 인터뷰 <인터뷰a> 등을 통해 말을 갖고, 목소리를 내어 자리를 만들어가는 자립의 방식을 탐색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1124() 3시에 연구모임 아프콤의 팀원인 신콩떡(신현아)님이 부산작가회의에서 주최하는 <청년과 시민, 다시 치유를 묻다> 연속강좌에서 <2병과 힐링>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합니다. 연구모임 아프콤에서 청년자립의 문제에 대해 함께 실천하고 고민해온 내용을 이번 강좌를 통해 함께 이야기 나누어보는 자리를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aff-com에서 아트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송진희 님의 전시가 2012년 11월 16일부터 시작됩니다.

이번 전시는 "카타스트로폴로지"라는 기획공모전의 일환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독립 큐레이터이신 조선령 님의 기획으로 이루어지며, 각국에서 온 6명의 작가들과 함께 합니다.

"카타스트로폴로지"는 "재난이 우리/인간의 감각을 어떠게 바꾸어 놓았는가"라는 골자로 이루어지며,

이는 비난 미술뿐 아니라 예술 분야 전반이 함께 사유할 수 있는 문제거리일 것입니다.

더욱이 aff-com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지니고 있는,

정동(affcet)/연구/글쓰기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송진희 님의 결과물과 팀원들간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녀의 작업 노트도 이후 꾸준히 업데이트 될 예정입니다.      

 

위 포스터에 게재된 영상의 한 장면은 2011년도에 작업한 결과물이며,

이번 기획공모전에서는 새로운 결과물 또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직접 현장에 찾아가셔서 위의 장면과 불/연속적인 새로운 영상 작업에도 주목해 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2012년 11월 18일 일요일 오후 3시에는

미하이 그레쿠 님과 송진희 님의 "아티스트 토크"도 진행될 예정입니다.

 

아울러, 2012년 부산시립미술관 인턴수료전이 "미디어탈출기"라는 이름으로

부산시립미술관 금련산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날짜는 11월 14일부터 12월 9일까지이니 부산, 이곳의 전시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by_sj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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