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나눔의 수확
mora
고단한 계절들을 이겨내고,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 농사를 짓고, 때가 되어 잘 익은 농작물들을 거두어 들일때, 농부의 마음은 어떠할까 합니다. 거두어 들인 농작물들은 네집에도, 내집에도 스며들어 모두가 함께 먹을수 있는 양식이 될때의 마음은 어떠할까 해요.
2012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12월의 끝자락에 아프-꼼에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이것을 우리 몫으로 돌리기 보다, 함께 나누어 보면 어떨지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아프꼼의 역사들도 함께 거슬러 올라가 비춰봐야 할거 같습니다. 함께 읽고 쓰고 나누는 걸음의 첫 시작이라고 할수 있는 비평세미나를 먼저 떠올려야 할거 같습니다. 아프꼼의 김대성 선생님이 진행을 도맡아서 여러 사람들과 문학을 함께 읽고 쓰는 연습들을 통해서 각자의 비평의 자리와 시선들을 만들어 가는 연습들을 했었습니다. 이 비평세미나는 관계를 통한 공부의 출발점으로 삼을수 있을거 같습니다. 이는 연구모임 아프-꼼에서도 실천해온 맥락처럼 제도적인 역량으로 측정된 값이 아닌 스스로가 관계의 나눔을 통해서 자리를 구축하고 만들어가는것으로 번져나갔다고 할수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 위에 이에 동참했던 한 사람, 한사람의 말과 나눔의 성과들은 매번 선명하게 확인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연히, 순간에, 불현듯 출현하고, 다시 사라지기도 합니다. 허나 성급해 하지 않고 부지런히 나누다 보면 또 다시 찾아오기 마련이겠지요.
말-나눔, 공부의 성과가 불현듯 아프-꼼으로 찾아왔습니다. 작년 아프-꼼의 팀원으로서 활동하기도 했고, 현재 웹진아지트의 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선우씨가 <대산대학문학상 평론 부분>에 당선이 되었습니다. 김선우씨 역시 비평세미나를 시작으로 연구모임 아프-꼼, 웹진 아지트의 활동까지 아프-꼼의 역사속에서 함께 말을 주고 받으며 공부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는 김선우라는 개인의 성과인 동시에 함께 공부했던 흔적들을 가지고 있는 우리의 성과이기도 한것이겠죠.
농부들이 고단함을 이겨내고, 거두어들인 곡식들을 나누어 먹듯, 말-나눔이라는 노동을 통해서만 이뤄지는 공부의 수확들을 이번 계기를 통해서 나누며 함께 기뻐하면 어떨까 합니다.
*아래는 <대산대학문학상 평론 부분> 심사평을 곁들여 놓습니다.
김선우「독학자 그리하여 이행하는 자의 산문: 배수아와 이행하는 말과 이야기들」
제11회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자 발표
▪ 수상자 및 수상작
부문 |
이름 |
학교 |
작품명 |
시 |
권지연 |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1년 |
「폭력의 역사」외 4편 |
소설 |
장희태 |
광주대 문예창작과 3년 |
「시안, 쥐와 함께 잠들었다」 |
희곡 |
손유미 |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3년 |
「달무리」 |
평론 |
김선우 |
동아대 철학과 4년 |
「독학자 그리하여 이행하는 자의 산문 - 배수아와 이행하는 말과 이야기들」 |
시나리오 |
이호선 |
서울예대 극작과 1년 |
「내 이모」 |
동화 |
정수민 |
숭실대 국어국문학과 3년 |
「언제나 웃게 해주는 약」외 1편 |
<평론>
평론부문 응모작은 고작 10편, 작년에 비해 흉년이다. 문학작품을 대상으로 삼지 않은 논설 비슷한 에쎄이도 한편 껴묻어 있으니, 실제로는 9편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질적으로도 높지 않다. 왜 지금 그 작가/그 작품/그 현상 들이 문제로 되는지를 진중히 의식하지 못한 평범한 리포트 비슷한 글들이 많았다. 느닷없이 주관적인 감상문들도 없지 않았다. 다시 강조컨대 평론의 생명은 살아있는 문제의식이다.
9편을 통독하고 2편, 「몰락하는 주체들과 해방구들: 동시대 작가 2인의 이색(異色)적 작품 통해 대면하는, 점멸중인 인간 존재지위와 치열한 몸부림」과「독학자 그리하여 이행하는 자의 산문: 배수아와 이행하는 말과 이야기들」을 골라냈다. 골라내긴 했으되 제목부터 난감하다. 요령부득의 긴 부제를 거느린 전자나, 설명이 지나치다 못해 제목과 부제가 중복된 후자나, 글쓰기 훈련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던 것인데, 그래도 본문은 다르니 다행이랄까.
문장력이 유려한 후자도 그렇지만, 현학적 문체를 끈덕지게 구사하는 전자 또한 읽을 만했다. 어느 작가 또는 어느 시집/단편집을 대상으로 한 손쉬운 접근이 대부분인 터에 이른바 주체가 최근 젊은 소설에서 어떻게 해소되고 있는지를 분석한 전자는 문제를 구성하려는 노력이 나름으로 진지하다. 그런데 문제의식에 비해 논증은 허술했다. 배명훈과 이장욱의 단편, 단 두 작품이 이 거창한(?) 주제를 감당하기도 어렵거니와, 그 해석도 적실한 듯싶지 않다. 아마도 외국이론들에 너무 의존한 탓일지도 모른다. 요즘 더욱 거세지는 해외문학파적 유행이 정말 골친데, 텍스트가 비평의 알파요 오메가임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이에 비하면 배수아의 장편들을 분석한 후자는 안정적이다. 난해한 배수아의 소설세계를 섬세한 문체로 점검해 나가는 솜씨가 만만치 않다. 정치적 자유로 환원되지 않는 다른 자유의 표현에 기초한 새로운 언어의 탐색에서 배수아 문학의 요체를 간파한 후자는 그렇다고 포스트모더니즘으로 경사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배수아의 외출은 리얼리즘만이 아니라 포스트모더니즘으로부터도 감행되고 있음을 명쾌히 지적함으로써 배수아의 급진성을 정확히 짚어낸 것이다. 물론 이처럼 간명한 파악이 지닌 문제점이 없지는 않으나 배수아 속에서 길을 잃은 평론들이 적지 않음을 염두에 둘 때, 본질을 꿰뚫을 줄 아는 눈매야말로 비평가의 미덕이다. 다만 시야가 제한된 게 문제다. 배수아의 앞과 뒤, 그리고 옆이 부재한다. 더구나 해석만 있지 비판이 없다. 분석과 평가가 결합될 때 비평이 완성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두 글을 놓고 머뭇거렸지만, 이론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이 텍스트와 씨름하여 치밀한 문체로 독자적 논리를 구축할 줄 아는 후자의 가능성을 더 높이 평가하여 당선작으로 삼기로 하였다. 축하한다.
최원식
'aff-com new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니시야마 유지 <철학에의 권리> 상영/토론회 (0) | 2013.01.22 |
---|---|
쉬플레망 상허 (0) | 2012.12.22 |
<푸른 역사 아카데미> 문학사 이후의 문학사 시즌 5 / 한국문학(연구)의 새로운 국경과 국제화 (0) | 2012.12.12 |
신현아 강연, <<중2병과 힐링>> (0) | 2012.11.22 |
Aff-com artdirector 송진희, 전시 (0) | 2012.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