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네-인문/테크 프로그램 개발> 연구팀, 동아대 링크 플러스 사업단, 학부생 프로그램 참여 피드백 노트연구모임 아프콤(off-com) 월례발표(2) 회로들 속에서 : 미디어, 세대, 정체성




'원래 그러함'의 그렇지 않음에 대하여




박채린






1. 페미회로 우리도 우리가 누군지 몰라요- 확정되지 않는 다양성의 정체성

 

대한민국의 페미니즘은 시대의 흐름 속에서 언제나 얼굴을 들이밀었다가 곧 사라지곤 했다. 근대의 나혜석을 비롯한 페미니스트 여성 예술가들은 이상한 여자취급을 받으면서 사회에서 배제되었다. 그리고 페미니즘 또한 자취를 감추었다. 시간이 지나 조선이 대한민국으로 바뀌고, 날이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는 일상화 된 혐오발화의 세상에서, 물 밑에 잠겨있던 페미니즘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SNS(Social Network Service)에서 페미니즘 담론이 형성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소위 말하는 강남역 10번출구 살인사건을 통해 그간 문제시 되지 않았던,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페미니즘적 문제상황들이 폭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에 예술계, 문단계의 성폭행을 고발하는 해시태그운동이 일어나면서 원래 그쪽은 그래원래 그러함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가해자들의 처벌을 촉구하고자 하였다.

페미니즘을 공부하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이와 관련된 책이 서점의 베스트셀러에 놓이고, 여러 페미니스트 단체가 생기기 시작했다. 대학에서도 적은 수이지만 여성학과 페미니즘을 다루는 수업이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에 관심이 있다면 자신이 편한 방법으로 페미니스트를 접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취약점이 있다면, 상황의 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하는 것과 지나친 정보의 중앙집중적인 성격이라고 볼 수 있다.

KAIST, UNIST, DGIST, POSTECH, GIST로 이루어진 이공계 특성화 대학은 그 위치가 지방, 그 속에서도 외곽에 위치하고 있어서 각 학교 간의 교류가 힘들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인터넷밖에 없으며, 남녀 성비가 약 3:1이라는 이공계라는 학문적 특성 때문에 여성학 관련된 수업이 거의 형성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책과 인터넷을 통해 접하는 페미니즘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끊임없이 공부해야하는 학문의 영역은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진입하기도, 그 속에서 한 걸음 나아가기도 힘이 부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이러한 특수한 환경 속에서 페미회로라는 단체가 만들어졌다. 이공계의 실력중심주의에 가려진, 그리고 개별의 문제로 환원되어버리는 수많은 젠더문제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림으로써 또 다른 원래 그러함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공계 특성화 대학 연합의 페미회로는 인터뷰 프로젝트, 북 큐레이션, 이공계 내 성차별 아카이빙 프로젝트 등 다양한 방면의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그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한 개의 확정된 흐름이 아닌 여러 개의 흐름을 가지고 하나의 커다란 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 확정되지 않은 다양성으로 추구할 수 있는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직면하고 헤쳐나가야 하는 과제는 많지만, 그들이 스스로 취약점을 분석하여 찾아내고 그것을 보안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에 있어서, 쉽게 생기고 사라져버렸던 여타 다른 페미니즘 단체들과의 차이점으로 둘 수 있다.

 

2. 폐쇠회로 Tv키즈 CCTV공시족- 죽어버린 공부의 거대화

 

날이 갈수록 사람들은 개개인의 삶을 보안이라는 명목하의 더욱 세밀하고 정확한 감시 속에 두고자 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사생활을 보호하고자 하는 욕구 또한 충족시키기 위해서 엄격한 출입보안 시스템을 도입한다. 이는 현재 청년을 비롯한 다양한 연령층들이 대거 집중되어있는 공무원 시험 시스템 속에 파고들어서, 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통해 다른 업종의 기업이 이윤을 취하는 기이한 시스템을 형성시켰다. 아무리 좋은 명문대를 나와도 결국에는 공무원을 준비하는 길로 들어서는 청년, 점점 낮아지는 퇴직의 나이에 제 2의 안정적인 직장을 준비하려는 중장년층 등 공무원 시장은 포화상태를 넘어서 이미 폭발의 상태에 도달해있다. 이러한 상황은 개개인의 합격에 대한 불안함과 걱정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고 더욱 자신을 절제하고 통제하고자 하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자신의 생활을 감시체제 속으로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말장난을 가장한 합격자 쳐내기가 만발하는 흐름 속에서 공시생들은 닭장 같은 한 칸의 책상에 앉아 하루의 대부분을 사각형의 전자화면, 사각형의 책만 보면서 지내는 것이다.

커질대로 커져버린 공무원 시장의 악순환은 묶여있는 청년들의 엄청난 기회비용만을 보고서 한 번에 끊어내기도, 어떠한 방안을 내세우기도 어정쩡한 상황에 놓여버렸다. 불안정해지는 사회에서 안정적인 것을 찾고자하는 욕구를 충족시킬 다른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과포화의 상태는 대체할 길을 만들어 낼 새도 없이 폭발해버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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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하기 전에는 딱딱한 분위기에서 발표를 하는 형식인줄 알고 있었는데, 막상 시작을 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주고받는 분위기여서 놀람 반, 안심 반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다루는 주제들은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들이어서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우리가 직면해 있는 다양한 상황들에 대해서 한번 더, 그리고 또 한번 더 고민을 하게 됩니다. 만약 학교 수업에서 이러한 주제들을 다룬다면 현재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상황을 정확하게 직시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지만, 현실을 제시하고 그것에 대한 나아갈 길을 약간이나마 같이 모색해 나가는 방향으로 흐름을 정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미래는 주체적으로 찾아가야 함이 맞지만, 희미한 가이드 라인 조차 없는 여백의 상태에서 자신의 길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공계열의 페미니즘 수업은 그 특수성을 바탕으로 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원래 그러함이라는 생각이 깊게 박혀있는만큼, 그것이 왜 원래 그런것이 아닌가 라는 것을 끊임없이 되풀이하여 언급해야 할 것입니다.

즐겁고 신선하고 유익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음 번 만남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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