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소시에이션, 만남을 통해 가능한 어떤 것에 관하여

-대안을 준비하는 문화정책포럼(4월) 참관기

 

 

양순주  

 

 

  4월 24일, 서울에서 있을 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이른 시간부터 집을 나섰다. 언제나 그렇듯, 터전하던 곳을 벗어나 어딘가 다른 곳으로 다녀오는 것은 그리 어렵지도 않지만 또 쉽기만 하지도 않다. 팀의 이름으로 목적을 지니고 다녀오는 것이었기에 기분 좋은 긴장감(?)이 있었다. 그것은 혼자 또는 함께 여행을 갈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설렘이 있지만 결코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닌, 쿵쾅쿵쾅하면서도 가슴 속에 뭔가가 꽉 막힌 듯한 긴장감. 이전에 상허학회 좌담회를 위한 예비/모임에 참가할 때, 그리고 워크숍을 위해 일본으로 갈 때에 KTX에서, 비행기에서 체감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부산을 떠나 어디론가 가는 길에서 몸이 느낀 것들은 여운을 남기고 또 다시금 어떤 순간을 상기시키는 듯하다. 

 

  <<문화적인 삶의 방법들_직접 만들어가는 삶>>이라는 주제로 "대안을 준비하는 문화정책포럼(4월)"이 2013년 4월 24일 수요일에 열렸다. 4개의 모임(시민자치문화센터/극단'뛰다'/aff-com/우리동네사람들)에서 사람들이 초대되어, 각자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들을 이야기해 보는 자리였다. aff-com(이하 아프-꼼)은 <삶-연구-글쓰기의 인터페이스(interface), aff-com>이라는 주제로 연구모임의 궤적과 활동들을 소개하기로 했다. 공식적인 자리에 나서서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많지 않았던지라, 또 이전에 있었던 연구모임의 활동들을 실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말하는 것(언어)으로 아프-꼼을 말(소개)하는 게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물론 그 말들이 온전히 전해지는 것도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지만, 기왕에 얻은 기회를 통해 좀더 많은 이들과 아프-꼼의 활동들을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해서 소개글과 피피티를 준비하기로 했으나 피피티는 상경하는 기차 속에서도 계속 만들어지는 중이었다. ^^;  

 

 

 

 

 

  이주민문화예술센터 프리포트에 일찍 도착해 있다가 문화연대에서 오신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따끈따끈한 피피티를 전해드렸다. 설치되어 있던 노트북과 버전이 안맞아서 완전한 피피티를 보여줄 수는 없었던 아쉬움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리고 포럼이 진행된 장소 역시 의미있는 곳이었는데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해 구석구석 둘러보지 못했던 게 아쉽다.

  박찬국(미술가. 논아트밭아트 디렉터) 님의 사회로 오후 3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매월 시행하고 있는 문화접촉 프로그램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셨고, 최근 다른 삶을 살아보려는 의지들이 많이 높아져 새로운 길들을 찾아나서는 것들이 정치적, 사회적인 실천으로 의미가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런지 당일, 참가한 사람들도 꽤 많았고 그 시간, 그곳은 열기와 사람으로 가득찬 공간이 되었다.    

 

 

 

 

 

  이광준(시민자치문화센터 공동소장) 님의 <생태적 문화귀촌과 제작문화>를 필두로 하여 아프-꼼, 임정아(우리동네사람들) 님의 <혼자의 삶에서 여럿의 삶으로>, 배요섭(극단 '뛰다') 님의 <화천에서 연극하기> 순으로 발표들이 이어졌다. 이광준 님은 대안적 삶을 위한 생태문화적 귀촌, 소통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플랫폼으로서의 생태적 문화 귀촌, 이를 위한 생태적 문화귀촌 우물터-공감토론, 아카데미, 지역탐구생활 등에 대해, 그리고 다른 삶을 유희해 낼 수 있는 동력으로써의 제작 문화를 소개, 설명해 주셨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부산에서 이루어지는 모임(생각다방 산책극장)이나 일본에서 가 보았던 장소(이레귤러 리듬 어사일럼) 등도 생각났다. 아프-꼼은 2008년부터 시작된 연구모임 a로부터 시작된 다양한 기획들-웹진 아지트, 로-컬쳐(Lo-culture), net-a라는 이름으로 국경을 넘어 이루어진 활동들과 더불어 아프-꼼이라는 이름으로 이행되면서 변주된 총서, 어소시에이션 활동 등에 관한 궤적들을 소개했다. 또한 대학, 제도, 지역의 관성적이고 타성적인 관계맺음의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결속의 형식을 얻고자 하는 노력이자 실험으로서의 활동들이 지닌 가능성과 에너지, 실패의 위험성 등에 대한 이야기들도 이루어졌다. 그 디테일들을 최대한으로 전달하기 위해 너무 애를 쓴 나머지 다른 분들보다 더 긴 시간동안 발표하기는 했지만 너그러이 이해해주셨다. 임정아 님은 길게는 10년, 짧게는 2년 정도 정토회 청년 활동을 통해 알고 지낸 6명의 친구들과 귀농을 준비하는 우리동네사람들(우동사)에 대한 소개를 해주셨다. "우리는 함께 살고 있고, 귀농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것에서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있는 밥상 모임, 카페오공, 텃밭오공, 공동주거 등의 활동과 그 방향(자립)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함께 생각하면서 어떤 꿈을 같이 꾸고 실현해 나가는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는 즐거운 모습들이 담긴 피피티가 인상깊었다. 배요섭 님은 2001년 한예종 연극원 동기들이 모여 만든 연극창작단체 '뛰다'를 소개해주셨다. 자료집에 실린 글들로만 가지고 형식적으로 말하고 싶지 않다고 하시며 공연, 모임이 자리한 공간(화천), 마을 내에서 행한 사업-영정사진, 결혼사진, 마을대동회 잔치와 같은 이벤트들 등을 담은 이미지와 영상들을 보여주셨다. "함께 논의하고, 작업하고, 함께 나누는 것"을 관계를 유지하는 원칙으로 삼아 단체를 이끌어가는 방향에 대한 고민들을 하고 있다는 점들이 실제 활동에서도 많이 녹아들어 있어서 흥미로웠다.

 

 

 

 

 

  특히나 그간 '뛰다'의 작업들을 '진화하는 연극', '저항과 치유의 연극', '유목하는 연극'이라는 말들로 정리해서 '창작과 연구와 공동체'에 관해 다양한 시도들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은 아프-꼼의 인터페이스와도 공통되는 지점이라 반가웠다. 이렇게 또 전혀 다른 장소에서, 다른 형태나 실험들을 통해, 유사한 고민들을 가지고 삶을 변화시키려하는 이들과 만나게 되는 순간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또한 그러한 순간들을 통해서도 활동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이 순간들을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시도하는 동력들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고, 또 그 과정에서 분투해야하는 것들에 대해서 더 치열하게 고민을 해야겠다.

  이후 전체토론과 플로어 질의에서는 이러한 점들을 바탕으로 한 공통되는 지점과 차이나는 지점들에대해서 몇 가지 이야기가 이루어졌다. 임정아 님은 예술과 자립, 또 그 실천의 일환으로서의 귀농, 그렇기에 자립은 '혼자서 결단내리고 다 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습관을 버리고 새로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임정아)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으셨다. 그리고 현실에서 부닥치는 감정 문제, 특히 싸움에 대한 이야기들도 듣고 싶다는 의견에 있어서 꽤 많은 얘기들이 오고 갔다. 배요섭 님은 사적인 문제들이 결부되어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공동체에서 특히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무엇일까를 살피면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단체에 속해 있으면, 그 단체를 통해 개인이 원하는 것들을 이룰 수 있어야 하는 지점도 중요한데, 그것이 한편으로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개개인 각자는 원하는 것, 역할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것들을 어떻게 조율해 가느냐, 또 그 조율하는 과정을 통해 이를 실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라는 얘기도 해주었다. 그외에도 정부 정책 및 지원금 등에 관한 시스템의 문제와 이를 넘기 위한 시도와 발상들에 관해서도 공유가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비슷한 지점들이 분명히 있었고 또 많았지만, 결국에는 다 똑같구나 하는 환원의 논리에 빠지지 않게 박찬국 님께서 마무리를 잘 해주셨다. 한편으로는 공동체의 차원을 다 달리한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 속에서 "어떻게 공유문화를 확장해 갈 수 있는가 하는 가능성"들을 참석해주신 분들이 다들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하게 있는 것들을 구체화하고 드러내보고 더 튼튼한 방식으로 조직"할 수 있는 "상상"이 필요하며 이 때 "상호지지"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지점은, 추상적인 어떤 말보다도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포럼은 마무리되었지만, 정리하면서 아프-꼼에 대해 들어보고 또 평소 때 궁금했던 지점이나 부산에서 이루어지는 대안적인 활동, 연구모임 등에 대한 문의가 있어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또 부산에서 활동을 하다가 상경한 분도 만나서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정식집에 가서 식사를 하면서 문화연대 측의 많은 사람들과 활동에 관한 고민, 즐거움, 어려움에 대한 얘기들도 할 수 있었다. 또 그날 수요문화제가 있다고 잠깐이라도 보고 가라고 홍대클럽 빵으로 나를 안내해준 꽃섬 님께도 감사하다. 

 

 

 

 

 

  조금 늦게 도착해서 김봄눈별 님의 오프닝 공연에 이어 예술가들의 퍼포먼스, 그리고 콜트콜택기타노동자밴드의 노래 한 곡까지를 들을 수 있었다. 기타를 만들기만했지 연주해 볼 엄두는 내지 못했었다던 말들, 그러나 이렇게 연주하면서 더 많은 분들에게 이 상황(콜트콜택 노동자투쟁 등)을 알릴 수 있게 되었다는 고마움의 말들, 특히나 밴드의 공연 전에 이루어진 예술가들의 퍼포먼스는 정말 인상깊었다. (고무줄)이 끊어지고, 공장의 문이 닫혀도 우리의 작은 행동은 끝나지 않는다는 의지와 신념, 그리고 밴드의 손과 목소리를 통해 전해 들은 <불놀이>는 정말 온몸에 전율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아니 그것으로는 표현하기 부족한 그 삶들에 어떠한 말을 붙이기는 어렵다. 그저 한갓의 수사나 말들로 그들의 삶을 덧칠하고 싶지는 않다. 내 몸이 느꼈던 그 전율, 미세한 감각들에 대해 더 많이, 더 깊이 사유하고 또 실천해야겠다는 생각들을 가져본다. 그럼에도 KTX 시간에 급급해 공연을 더 보지 못하고 나왔던 조급함, 한심함에 대한 생각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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