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규, 함석헌과 간디의 종교관 비교: <바가바드기타>에 대한 해석을 중심으로

 

 

 

 

 

 

간디와 그의 비폭력주의는 영국의 식민지인 인도에서 일어난 해방운동이라는 점에서, 식민지기의 조선에 민족해방의 문제와 관련지어져 수용되었다. 1922년 조만식이 주도한 조선물산 장려운동은 간디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으며, 당시 조선의 좌익 인사들도 간디의 사상을 나름으로 판단하여 비판적인 입장을 세우는 등, 간디의 사상은 식민지기 조선에 있어 하나의 참조점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식민지기 조선에 있어서 간디의 비폭력주의를 민족해방의 노선으로 채택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던 측면도 존재했다. 이후 간디가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된 것은 해방 이후 한국의 간디라고 불리는 함석헌에 의하여 재조명되면서부터이다.

 

 

 

 

함석헌의 사상은 해방 이후 한국의 민주화와 민중 신학에 있어 중요한 이론적 준거가 되어왔다. 따라서 간디의 사상이 한국에 수용되는 과정에 있어서 함석헌의 사상은 가장 중요한 참조점이 된다. 또한 간디의 비폭력주의가 식민지기를 거쳐 한 동안 잊혀졌다가 냉전기에 다시 부상하여 재조명되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냉전기의 한국에서 민중운동에 대한 인식이 식민지기를 새로운 준거로 삼아 재편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중요하다.

 

박홍규는 이를 앞서 발표된 함석헌의 간디 사상 수용(<석당논총> 53, 동아대학교 석당학술원, 2012)에서 함석헌을 통하여 식민지기 이후 간디와 그의 사상이 수용된 궤적을 다시 되짚었다. 이를 통하여, 20세기 초의 식민지 인도에서 탄생한 간디의 사상이 20세기 후반 냉전기 한국의 함석헌을 통과하며, 사회주의적인 면이 탈각되고 기독교중심적이고 국가주의적인 면이 부각되었음을 보았다.

 

 

 

 

그리고 본 논문인 박홍규의 함석헌과 간디의 종교관 비교: <바가바드기타>에 대한 해석을 중심으로에서는 이전의 논의를 보다 심도 깊게 논증하였다. 전쟁에 대한 이야기인 <바가바드기타>는 힌두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경전 중 하나로, 간디는 이를 폭력이 아닌 비폭력으로 재해석하였고, 이는 간디의 비폭력주의의 근본을 형성했다. 또한 간디는 <바가바드기타>의 재해석을 통하여 식민지 상황에서 멸시된 인도의 문화적 전통을 재흥시키고, 독립을 쟁취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함석헌은 1963년 이후 <바가바드기타>를 접하여, 1985년에 처음으로 책으로 출판하였다. 그러나 함석헌이 재해석한 <바가바드기타>에는 간디의 해석이 중요하게 인용되었음에도, 가장 중요한 비폭력주의에 대한 부분은 거의 삭제되어 있었다. 또한 간디는 <바가바드기타>를 통하여 사회주의를 설교한다고 보려고 하였지만, 함석헌은 사회주의를 주장하지 않았으며 <바가바드기타>가 사회주의를 설교한다고 보지 않았다. 또한 함석헌은 힌두교 경전인 <바가바드기타>를 기독교의 입장에서 해석하면서 여전히 기독교 중심론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는 그동안 함석헌의 <바가바드기타>에 대한 해석 중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졌던 종교다원론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간디와 함석헌의 사상을 수용사적 측면에서 비교 검토하는 본 작업은 냉전기에 재편된 민중과 운동에 대한 인식을 넘어 간디의 사상을 현재 사회 전체의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하기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된다. 이는 나아가 간디의 사상을 비폭력주의에 한정하지 않고 시민저항을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서의 비폭력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인권운동에 대한 고민의 시발점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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