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지배, 다양한 저항

 

 

 

 

스나가와 히데키(砂川秀樹)_LGBT 인권활동가

번역: 장수희_연구모임 아프꼼 연구원

감수: 다지마 테츠오(田島哲夫)_연세대 국학연구원 전문연구원

 

 

 

 

 

 

 

 

 

 

들어가며

 

 

   2015719일 핑크 닷 오키나와(Pink Dot Okinawa)[각주:1]의 행사장에서 나하(那覇)시장이 성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도시 나하 선언’(통칭 레인보우 나하 선언’)을 낭독하는 형식으로 발표했다. ‘레인보우 나하 선언은 행정이 LGBT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지원해 가겠다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2013년에 오사카부 요도가와구(淀川区)가 발표했던 ‘LGBT 지원 선언다음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가 된다.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땅인 탓인지 전국적으로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서 이런 선언이 나왔다는 것은 현재 일본에서 LGBT에 관한 관심과 이해의 확산을 상징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행사장을 이용해서 발표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레인보우 나하 선언에 큰 영향을 준 것 중 하나가 핑크 닷 오키나와이다. 핑크 닷 오키나와는 ‘LGBT 등의 성적 소수자가 보다 살기 좋은 사회를원하는 사람들이 핑크색으로 된 물건을 몸에 걸치고 모여, 그 의사를 표현하고 연대를 보여주는 이벤트이다. 핑크 닷은 싱가폴에서 2009년에 시작되어 퍼레이드와는 다른 형식의 프라이드 이벤트(LGBT의 가시화, 현재화를 위해 행하는 이벤트)로서 몬트리올이나 유타주, 홍콩, 대만 등에서도 개최되어 왔다.

   오키나와 최초의 프라이드 이벤트로서(일본 최초의 핑크 닷으로) 2013년에 시작된 이 핑크 닷 오키나와는 사실 내가 공동대표로 일하고 개최했던 것이다(또 한명의 공동대표는 이 이벤트를 계기로 신문을 통해 오키나와에서 최초로 실명을 드러내며 공적으로 레즈비언임을 커밍아웃한 미야기 유카(宮城由香)이다). 나는 도쿄에 살기 시작한 1990년부터 HIV/AIDS에 관한 시민활동에 참가하는 것을 시작으로 2000년에는 도쿄 레즈비언&게이 퍼레이드의 실행위원장이 되었고, 그 후에 이 퍼레이드의 모체가 되는 도쿄프라이드의 대표가 되는 등 2011년에 고향인 오키나와로 돌아오기까지 도쿄에서 21년에 걸쳐 LGBT에 관련한 활동에 관여해 왔다. 따라서 일본의 LGBT를 둘러싼 상황이나 변화를 말할 때 그것에 크게 관계해 온 나는 자기성찰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또 나는 신주쿠 2초메를 주요한 필드로 조사를 하면서 그 거리에서 게이커뮤니티 의식이 발생한 배경, 도시에서의 인간관계 형성 등을 테마로 연구를 해 온 문화인류학자이기도 하다. 이 문화인류학자로서의 조사연구와 앞서 기술한 게이액티비스트로서의 활동은 내가 각각을 상대화하는 시점을 항상 견지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서두에서 나 자신의 배경에 대해서 기술한 것은 이 테마에 대해서 논할 때 나의 경험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논고는 도쿄에서 오키나와로 거점을 옮겨 계속해 온 25년간의 활동 경험과 문화인류학자로서의 사고 사이를 왕래한 결과이다.

 

 

 

 

2개의 지향성

 

 

   근 4, 5년간에 일본에서도 LGBT라는 단어가 널리 침투되기 시작해 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영역에서 LGBT가 주목을 받는 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붐이라고 하면 일찍이 이와 유사한 상황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1990년대 전반에 대중매체가 게이에 주목하여 활발하게 거론했던 게이 붐이라고 불리는 시절이 있었다. 여성을 주요한 독자층으로 하는 잡지 CREA(문예춘추사)게이 르네상스91’이라는 제목의 특집을 꾸리고, 1992년에는 후지텔레비전(FujiTV)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NONFIX>에서 핑크 트라이앵글-맨얼굴의 동성애자들편이 방송되었다. 1993년에는 일본텔레비전(NTV)이 제작한 게이 주인공의 연속 드라마 <동창회>가 큰 화제가 되었다. 그 사이 많은 잡지, 텔레비전 프로그램 등에서 게이가 거론되었다.

   사실 붐에 선행하는 형태로 1980년대 후반부터 게이 해방운동이 활발하게 시작되었다. 앞서 말했던 다큐멘터리 핑크 트라이앵글-맨얼굴의 동성애자들편은 어커(OCCUR)[각주:2]ILGA일본[각주:3] 등 도쿄를 거점으로 게이 해방운동을 이끌어 온 단체를 추적한 것이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이들 운동이 게이 붐의 흐름에 포함될 수 있는 부분은 적다. 또 당시 운동 속에서 이 붐은 대중매체가 제멋대로 떠들고 있는 것이어서, 현실에 뿌리를 내린 것은 아니라는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로는 서로 영향을 주고 있던 터인 동시대에 융성했던 대중매체의 움직임과 해방운동이, 하나의 흐름으로서 위치지어질 수 없었던 배경은 필시 그것들이 각각 다른 지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두 개의 지향성이란 널리 사회에 받아들여지기 위해 주류의 지배적인 가치관이나 표상에 맞추어 가려고 하는 이른바 동화주의와, 사회를 보다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고 하는 급진주의(radicalism)의 지향성이다. 이것은 다양한 사회변혁운동, 특히 마이너리티운동 속에서 반드시라고 말해도 좋을 만큼 생겨나고 있고, 따라서 지금까지도 빈번하게 지적되어 왔다. 그 때문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새삼스러운이야기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서 LGBT에 관한 움직임에 대해서 논하는 중에, 굳이 새삼스러운이야기를 들고 나온 것은 LGBT에 관한 활동이 활발하고 다양한 입장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난 지금, 이 두 가지 지향성 사이의 마찰이 눈에 띄게 되었기 때문이다(여기에서는 사회변혁운동, 마이너리티운동이라고 의식하지 않고 사회에 대해 행동하는 사람을 포함하는 의미에서 활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동성애 파트너십을 행정이 인정하는 움직임 속에서, 혼인제도 그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에 서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한 쌍의 파트너 관계를 하나의 단위로 보고 더욱이 이를 최상의 관계인 것처럼 표상하고 나아가서 그 관계를 나라나 지방 행정 등이 관리하는 시스템에 비판적이다. 따라서 그들은 이러한 시스템에 동성 커플이 등록되는 것을 비판한다. 이것은 가장 급진적인 입장 중 하나이다. 물론 그 대척점에 있는 동화주의에 위치하는 주장은 이러한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환영하는 입장일 것이다. 시부야구의 파트너십증명서는 구청장에 의한 허가를 필요로 하고 그것을 얻기 위한 전제가 될 법적 보장 때문에 경비가 든다. 그러나 동화주의적인 입장에서는 이성애자의 혼인과 큰 차이가 나는 이 점(법적 보장에 경비가 드는 것)보수파로부터의 반발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보수파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이성간의 혼인과 다른 점을 비판하고 가능한 한 동일한 취급을 바라는 입장은 혼인을 요구한다는 의미에서 동화주의적이긴 하나, 차이를 만들어 안심하는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것을 요구한다는 의미에서는 급진주의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LGBT 활동 내에서의 의견 대립, 마찰이 생길 때 사회변혁 자체를 바라지 않고, 활동 그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이 때라는 듯이 그것을 왈가왈부하고 운동의 추한모습인 것처럼 포착해 SNS 등을 통해 선전한다. 또 활동에 공감을 하는 사람, 혹은 관여하는 사람도 왕왕 이와 같은 대립 그 자체를 비판하고 부정적으로 말할 때도 있다. 그러나 역시 이러한 대립은 없애버려야 하는 것일까. 혹은 없앨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생각한 다음에 중요한 것은 사회 속의 지배적 가치관과 규범의 다원성이나 다면성, 다층성 등에 기반하는 다양성과 그 속에서 생겨나는 저항에 대해서이다.

 

 

 

 

겹쳐지고 접합하는 프레임

 

 

   여기서 잠깐 내 최근 저작인 신주쿠 2초메의 문화인류학[각주:4]에서 논한 것을 요약해서 사회의 가치관이나 규범의 다양성과 이에 대한 저항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나는 이 책에서 동성애를 둘러싼 지배적 언설과 이에 대한 저항을 3개의 프레임으로 분류했다. 이 프레임은 플루그펠더(Pflugfelder)[각주:5]가 제시하고 있는 일본 섹슈얼리티 역사의 패러다임이나 메이지 시대의 계간법(鷄姦法) 제정과 폐지에 관한 후루가와 마코토[각주:6]의 분석을 참고해 정리한 것이다.

   시대가 지나면서 동성애를 파악하는 시점은 -취미 프레임에서 병리 프레임으로, 그리고 성적 지향 프레임으로 이행해 왔다. 사에키 준코[각주:7]에 의하면 메이지 이후 사랑()’이 도입되기 이전 일본의 섹슈얼리티는 ()’이라는 개념으로 파악되었다고 한다. 그 프레임에서는 남색이 받아들여지고 있었다고 이야기되는 경우가 많다. 그 후, 메이지기에 성과학(sexology)이 도입되면서 병리 프레임에 의한 동성애가 인식되게 되고, 이에 대해 당사자가 중심이 되어 저항적으로 확장되어 온 성적 지향 프레임이 등장하게 된다.

   이 개념들의 개념틀(여기에서 말하는 프레임)의 이행을 지적하는 것 자체는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나의 논점에서 중요한 것은 각각의 시대에서 다양한 가치관이나 관념이 항상 존재했다는 것, 새롭게 등장한 듯 보이는 프레임도 그 프레임을 견인한 사상이 이전부터 이미 존재했다는 것, 그리고 이들 프레임은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이행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다른 개념과 접속하면서(예를 들면 취미와 접속하면서) 병존하고 다층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언제를 시발점으로 잡아도 그 때의 사회가 획일적인 섹슈얼리티관으로 뒤덮여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남색이 수용되었다고 말하는 시대에도 부정적으로 보는 가치관은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메이지 시대에 구미의 크리스트교 가치관이 들어와서, 일본에서는 동성애가 억압되게 되었다.’라는 견해가 너무 소박하다는 것도 지적했다. 애당초 부정적인 가치관이 있었기 때문에 병적 프레임을 형성하는 새로운 개념이 받아들여지고 지배적인 힘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동성애를 -취미혹은 병리로 보는 프레임은 뿌리 깊게 존재해 동성애를 억압하는 힘이 되고 있다.

   그리고 각각의 프레임 속에서도 다양한 언설이 서로 밀고 당기며 동성애를 표상하고 있었다는/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 이들 표상은 다른 프레임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겹쳐지는 것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게이는 멋쟁이가 많다라는 말하기는 칭찬의 말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일종의 편견이다. 이 말하기 속에는 타고난 성질로서 위치 지어진 성적 지향을 토대로 -취미와 친화성이 있는 유흥과 관계하는 이미지, 그리고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는 의미에서는 병리에 가까운 일탈성의 의미가 접합된 표상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물론, 경험적인 것으로, 게이로 커밍아웃 하기 쉬운 직업 영역과의 관계도 있겠지만, 그 커밍아웃 하기 쉬움과 앞의 설명은 순환구조에 있다.)

  

 

 

 

모순을 포함하는 지배적 힘

 

 

   여기서 구체적인 운동과 연결 짓기 어려운, 약간 추상화된 논의를 전개한 것은 사회를 바꾸어가는 활동이 저항하는 대상이 될 프레임과 그 속에 존재하는 표상들 자체가 일관된 것이나 획일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먼저 파악해 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 사고방식은 인문·사회계의 학문 세계에서는 이미 고전적인 것 중 하나이다. 내가 이 논의를 처음으로 접한 것도, 초판이 25년 전에 나온 셰리 오트너의 젠더·헤게모니[각주:8]에서였다. 고전이 된 논의이지만 지금도 유효하고, 더 널리 학계 밖에도 알려져야만 하는 시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녀는 젠더·헤게모니에서 레이몬드 윌리엄즈(Raymond Williams)가 그람시로부터 받아들인 헤게모니 개념을 참조하면서, 남성우위의 보편성을 둘러싸고 인류학에서 일어났던 논의를 넘어서려고 했다. 그녀는 어떤 사회/문화에서도 남성이 권위를 가지는 축, 여성이 권위를 가지는 축, 양성이 평등인 축이 복수로 있고, 나아가 젠더와 관계가 없는 권위축도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모순이 없는 사회/문화는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서도 논리나 언설, 실천에는 복수적이고, 어느 것은 지배적(헤게모니적)이고, 다른 어떤 것은 반헤게모니적(전복적, 도전적)이고, 또 다른 어떤 것은 단지 다른 것으로 존재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지배의 축이 다양하고 그 속에는 모순되는 것이 있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그에 대한 저항으로 발생하는 것도 일관성이나 획일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AB라는 서로 모순된 시스템이나 언설이 마이너리티를 억압하고 있는 경우, 그것에 대해 일어나는 반()A, B도 서로 모순된다(젠더에서의 여성에 대한 약하고 비호해야하는 존재’/ ‘여성은 강하다, 만만치 않다라는 언설과 이에 대한 저항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러나 원래부터 지배하는 힘에 내재하는 모순이 문제시 되지는 않지만, 저항으로 일어나는 반A와 반B의 사이의 모순에는 비판이 쏟아진다. 또 반A와 반B의 사이에도 AB에 거의 생기지 않는 대립이 생기기 쉽다. 그것은 마이너리티가 항상 획일적이길 요구하는 힘이 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너리티에게 획일적일 것이 요구되는 것을 둘러싼 논의는 이전에 내가 변동하는 주체의 상상/ 창조라는 논고에서 이미 다룬 바 있다.[각주:9] 거기에서 나는 마이너리티는 주체에 관해 0/1(=있느냐 없느냐) 어느 한 쪽의 존재 방식을 강요당하는 입장에 있다는 것을 말했다. 주류는 0~1의 주체성 속에서 매 번 변동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마이너리티는 마이너리티로서 주체화되거나 완전히 억제되거나 하는 힘이 가해지기 쉽다.

   그것은 각 주체의 구축론이지만, 집단에 대해서도 같은 힘이 가해지고 있다. 주류가 항상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흔들림이나 모순이 허용되어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마이너리티는 그 주체성의 구축에 있어서 각각에 0/1의 주체성이 요구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집단에도 획일적이고 일관된 정체성에 기반한 주체화가 요구된다. 이와 같이 획일적이고 일관성 있는 듯한 정체성을 요구하는 힘이 마이너리티에게 가해지고 있는 최대의 억압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면 예를 들어 ‘LGBT 활동으로 범주화되는 것들 속에 모순되게 보이는 경우가 있는 것은, 그것 자체가 획일화라는 최대의 억압에 대한 저항이기도 하고, 강하게 비판되어야하는 것은 아니다(지배 자체가 모순을 품고 있는 이상, 저항의 모순도 불가피하다). 그 모순 때문에 대립이 강해지고 때로는 활동이 분열되기도 할 것이다. 나 자신, 스스로가 깊이 관여해온 HIV/AIDS 활동에서도 동경의 퍼레이드에서도 분리를 경험하고 있다. 활동의 분리는 개인적인 권리욕에 의한 주도권 다툼으로 보이기 쉽지만, 실제로는 각각이 실현하고 싶은 저항 형태의 다름에 의한 대립에 기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분리가 자주 발생하면 이로 인해 활동 전체의 에너지가 저하되기도 하고, 바람직한 것도 아니지만 강하게 부정될 것도 아니다. 때때로 분리는 다양화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 대립과 분리에 관해 활동에 깊이 관여하는 사람이 가장 주의해야하는 것은 서로간의 저항의 다름(모순)에서 생기는 대립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비하지 않는 것, 분리를 최악의 일처럼 다루지 않는 것, 분리한 상대를 공격하지 않는 것이다. 거기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투여하면 마이너리티를 가장 억압하고 있는 근본, 즉 획일화하려는 지배적인 힘을 그대로 놓아두게 된다.

 

 

 

흔들림, 왕래의 필요성

 

 

   LGBT가 크게 부상하여 붐 같은 양상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까지와 가장 다른 인상을 받는 것은 기업이 LGBT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동경에서 퍼레이드와 같은 큰 LGBT 이벤트에 스폰서로 지원하기 시작하고, 어떻게 직장을 LGBT가 일하기 쉬운 환경으로 정비할 것인가라는 테마에 대해서도 논의하게 되었다.

   이 흐름은 외국자본계의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시작하여 일본의 대기업도 따르는 형태를 띠고 있다. 그 속에서 이들 기업과 제휴한 활동은 상업성이 강해지고 (활동 그 자체가 이익을 얻는다기보다 스폰서가 야기하는 표상성이라는 의미에서) 사회 전체 속에서 지배적인 힘을 가진 자가 가지는 문화에 접근하여, 이른바 중상류층과 상류층 중심의 활동이 된다. 물론 실제로는 그와 같은 활동에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참가 하고 있고, 다른 지향성을 가지는 사람도 활동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표상적, 전체로서의 지향성 말이다. 그 흐름에 대해 LGBT의 빈곤 문제, 정신위생 문제 등 곤궁한 측면에 주목하고 문제의식을 강하게 가진 사람들로부터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한다. 이는 미국 등의 퍼레이드에서도 반복되어 온 비판이다. 또 동성 간 파트너십의 법적 보호 실현을 중심적 과제로 하는 활동에 대한 위화감을 듣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또한 미국에서 동성 간 결혼의 실현(결혼의 평등화)LGBT 활동의 주된 목표인 것처럼 전개되어 온 것에 대한 비판과도 통한다.

   내가 2010년에 동경에서 퍼레이드의 대표가 되었을 때, 글로벌 금융기업이 부스 설치를 해 주었다. 이와 같은 대기업이 퍼레이드에 부스를 낸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때마침 경제격차를 낳고 있는 요인 중의 하나로서 금융기업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는 시기이기도 했기 때문에 이들 기업의 부스 설치에 대해 SNS를 통한 비판이 쏟아졌다. 또 그 한편으로 나는 홈리스사람들의 자립 지원을 위한 잡지 빅이슈(THE BIG ISSUE)와 협력하여 같은 퍼레이드 행사장에 빅이슈의 판매 공간을 설치했다. 이 같은 연대에 대해서 어느 이벤트 오거나이저로부터 퍼레이드는 이제 홈리스의 이벤트가 되었나요?’라고 야유를 당하기도 했다. 그 말이 나온 배경에는 다른 사회운동(게다가 화려하지 않은 것)과의 연대를 불쾌하게 생각하고, 클럽문화 같은 것을 전면적으로 드러내고 싶어 한 실행위원의 잘못이 있었다.

   각각 다른 입장에서 비판이나 반발을 받았던 이 지원/협력은 어떤 의미에서 모순하는 것으로 비칠 것이다. 그러나 LGBT 활동 전체에 모순하는 것이 있는 것처럼 하나의 활동 속에도 때로는 모순되는 것은 존재할 수 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공존 불가능한 모순도 있을 것이다. 그 때에는 앞에서 논한 것처럼 분리해서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면 좋지 않을까. 다만 그 때 일단 분리한 활동도 활동 과제가 일치 할 때에는 함께 활동한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어느 단체에 소속하는지, 혹은 이전에 대립이나 충돌이 있었다고 하는 것을 넘어, 활동 과제에 따라서는 공동 투쟁하는 것이 그 분야의 활동을 향상시켜 갈 터이다.

   내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핑크 닷 오키나와는 2013년에 최초의 핑크 닷이 끝난 후, 2개의 세미나에 관여하게 되었다. 하나는 우리가 스스로 주최한 것으로 미국에 유학하고 있는 일본인 대학원생이 미국 퀴어액티비즘의 최신 논의를 소개하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재오키나와미국영사관이 주최하고, 우리가 후원한 미국 최대의 LGBT권리운동 단체 ‘Human Rights Campaign(HRC)’의 법무부장에 의한 것이었다.

   앞의 세미나에서는 미국 주류’ LGBT운동이 신자유주의나 국가주의와 연결되어 있는 것에 대한 비판, 결혼의 평등화가 최우선이 되는 것은 중상류층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한 보고였다. 그리고 HRC의 세미나에서는 다름이 아니라 주류’ LGBT운동 전략에 대해서 듣게 되었다. 그가 지역 신문의 인터뷰에 동석했을 때, 신문기자가 미국에서 어떻게 호소해 왔습니까라고 질문하자, ‘우리들은 이성애자와 똑같다는 점입니다라고 대답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 두 개의 세미나가 끝난 뒤, 핑크 닷 멤버들이 감상을 공유했을 때에는, 크게 제도를 바꾸어 나갈 때 전략적으로 지배적인 문화에 맞추어가야 할 때가 있다는 것, 그러나 그대로 지배적인 문화와 일체화하거나, 큰 사회적 흐름에 포섭되어버리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론은 이 축을 항상 의식하면서 흔들리는 것, 혹은 그 사이를 왕래할 필요성이었다.

   아무리 의식해도 모두 의식할 수 없는 부분은 있지만, 지금 우리들은 어떤 입장을 취하려고 하는지, 어떤 지배적인 가치관이나 문화에 어디까지 동화하려고 하는지, 혹은 변혁하려고 하는지를 항상 의식하는 것, 또 모순을 내포한 지배력에 대해 저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모순된 저항들 간에서, 그 모순이나 대립점을 확인하고, 때로는 그러한 문제점을 상호간에 전달하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비판에 에너지를 너무 들이지 않는 것, 또 그 모순이나 대립을 과하게 부정적으로 다루지 않는 것, 그리고 언제라도 같은 활동 과제 하에 모이는 것, 이 의식이 지금부터의 LGBT 활동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아닐까. 이것들을 의식하는 것이 획일화시키려고 하는 최대의 억압에 저항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들은 달관한 입장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지금도 활동의 한가운데에 있고 갈등하거나 번민하거나 하는 일이 많은 나 자신에게 타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 이 글은 문화인류학자이자 LGBT 인권활동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스나가와 히데키(砂川秀樹)현대사상(現代思想)201510월호에 발표한 다양한 지배, 다양한 저항(多様支配多様抵抗)을 옮긴 것이다. 스나가와 히데키의 저서로는 カミングアウト・レターズ(太郎次郎社エディタス, 2008), 性的なものはプライベートなものか?』(グラディ出版, 2013), 新宿二丁目文化人類学: ゲイ・コミュニティから都市をまなざす(太郎次郎社エディタス, 2015) 등이 있다. 그는 공식 홈페이지(http://www016.upp.so-net.ne.jp/sunagawa/) 공식 블로그(http://hidekiss.exblog.jp/) 통해 오키나와에서의 LGBT 인권활동의 기록과 연구자로서의 행보 등을 보고, 발표하고 있다.-옮긴이

 

 

 

* 이 글은 『문화과학』 겨울 84호(2015)에 실렸습니다.

 

 

 

 

  1. 1) 2015년 핑크 닷 오키나와(Pink Dot Okinawa) 개최에 대한 정보는 홈페이지(http://pinkdotok.jp)에서 확인할 수 있다.-옮긴이 [본문으로]
  2. 2) NPO법인 어커(OCCUR, http://www.occur.or.jp/about.html)의 정식 명칭은 ‘움직이는 게이와 레즈비언 모임’으로 레즈비언과 게이로 구성된 그룹이다.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과 사회적 고립, 자기 비하 등 당사자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1986년에 설립되었고, 1999년 12월에 에이즈 서비스 사업체로서 또 동성애자 사회 서비스 사업체로 일본에서 처음으로 관할청에 특정 비영리 활동 법인(NPO법인)의 인증을 받았다. 어커(OCCUR)는 동성애와 HIV/AIDS에 대한 “올바른 지식·정확한 정보의 보급”, “차별·편견 해소”, “네트워크 구축”을 활동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일본 전역에 약 350명의 등록 회원과 2,500명의 등록 지원자들이 있으며, 도쿄 사무소에는 약 50명이 자원 봉사 스탭이 활동에 종사하고 있다. 어커(OCCUR)는 레즈비언/게이의 전화 상담, AIDS/STD정보 라인, 법률 상담 등의 각종 전문 상담과 에이즈 예방 홍보 행사 등 사회 서비스 사업을 비롯한 인권 옹호, 조사 연구, 정책 제언, 국제 협력 등 각 분야의 사업을 종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홈페이지 ‘단체소개’ 참고).-옮긴이 [본문으로]
  3. 3) 국제레즈비언・게이협회(International Lesbian, Gay, Bisexual, Trans and Intersex Association)는 레즈비언과 게이, 트랜스젠더, 인터섹스 관련 단체 600개 이상이 참여하는 국제적인 협회이다. 인권과 시민권 영역에서의 LGBT 권리를 위한 캠페인과 유엔 및 각국 정부를 대상으로 탄원서명운동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ILGA일본(ILGA日本)에는 어커(OCCUR), G-Front간사이(G-Front関西, http://www5e.biglobe.ne.jp/~gfront), 홋카이도성적소수자협회삿포로 미팅(北海道セクシュアルマイノリティ協会札幌ミーティング, http://pablo1974.com/hikokai_hsa/index.html), 게이재팬뉴스(ゲイジャパンニュース, http://gayjapannews.com/news2007/news226.htm)가 가입했다.-옮긴이 [본문으로]
  4. 4) 砂川秀樹, 『新宿二丁目の文化人類学: ゲイ・コミュニティから都市をまなざす』, 太郎次郎社エディタス, 2015. [본문으로]
  5. 5) Gregory M. Pflugfelder, Cartographiesof Desire: Male-Male Sexuality in Japanese Discourse, 1600-1950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99). [본문으로]
  6. 6) 古川誠, 「「性」暴力装置としての異性愛社会ー日本近代の同性愛をめぐって」, 『法社会学 法と暴力』第54号, 2001, 80-93. [본문으로]
  7. 7) 佐伯順子, 『「色」と「愛」の比較文化史』, 岩波書店, 1998. [본문으로]
  8. 8) Sherry B. Ortner, "Gender Hegemonies," Making Gender: The Politics and Erotics of Culture (Boston: Beacon Press, 1996). [본문으로]
  9. 9) 砂川秀樹, 「変動する主体の想像/創造」, 『現代思想』 Vol.28-14. [본문으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