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냐옹

 

 

 

1. 그린그림에서 작업한 나의 작업물은, 생각외로 간단한 '노트'였다. 처음부터 그럴싸한 작업물을 생각하고 멋드러지게 만들어보고 싶었던 욕심이 경험이 부족한 나에겐 버거운 것이었다. 작업을 위해 준비해갔던 것들이 도움이 되기보다 오히려 '노트밖에 안되겠다'라는 준비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이 더욱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어쨌든, 내가 만든 노트는 결과적으로는 의미 깊고 애착 있는 물건이 되고 있다. 처음 만들어내고 싶었던 작업은, 조금 무리스러웠지만 사진과 글을 조합하는 앨범형 책자였다. 개인 작업이 가능하다는 말에, 지금 나에게 아주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었던 나의 작은 가족을 기리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 (10년을 함께한 강아지가 몇일 전에 무지개다리를 건넌 관계로..) 하지만 준비해 간 사진들의 책의 내용물로서 배열이 맞지 않았던 관계로, (^^;) 또한 그렇지만 준비해 간 것들을 없애지 않고 모두 활용한다는 의미에서 노트를 만들게 되었다.

내가 손수 제작한 노트는, 단순히 이쁜 그림과 무언 갈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종이덩어리만은 아니다. 이 노트 속에는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무지하고 게으른 탓에 실천하지 못했던 '행동'이 들어 있으며 이 같은 작업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이라는 의미 또한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개인적으로는(이건 아주 개인적인) 사랑하는 작은 가족을 기리는 작업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내가 만든 노트는 총 5권이다. 그린그림의 배려 속에 몇 번의 연습과정을 경험하게 해주어서 연습의 작업까지 포함해서 5권의 노트가 탄생했다. 노트의 특성상 ‘실제본’을 통해 제작하게 되었으며 5권의 노트 모두 내가 가져온 사진과 그림을 활용하였다. 표지는 내 개인 준비물들을 모두 활용하여 만들었고 속지와 간지를 사용하여 노트를 완성했다. 내가 만든 책자에 나의 흔적인 비록 표지에만 나타나고 있지만, 이 실패와 도전 속에 언급한 의미들이 숨어있으리라 생각한다.

 

2. 앨범형 책자를 만들고 싶었다.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간드러지는.

하지만 막상 혼자 사진과 글을 준비하고자 하니 첫 번째로, ‘실제본’을 위해 내용글들을 배열하는 것이 꽤나 머리 아프고 복잡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과정은 질문과 해결을 통해 이루어졌고 결국은 하나의 완성물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한권을 책을 위해 한 장의 종이 안에 어떤 순서로 글들이 정리되어야 하는지, 단면과 양면의 배열은 어떠한지.. (결국은 나는 이 작업을 실패했다.) 고민하던 것들이 그린그림에서는 아주 간단히 해결되었다. 이미 종이를 만들어놓고 번호를 쓰라는 것! 그리고 무작정 손으로 다 그려놔보라는 것이다. 왜 번호를 쓸 생각을 못했을까.. 라는게 경험의 차이인가.

 

두 번째, 사진을 쓰고 싶은 맘에 기껏 준비해서 프린트까지 해갔지만 아무 종이나 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내가 선택한 두껍고 튼튼해보이는 종이는 이쁘게 프린트되어 있는 잉크를 열심히도 내뱉어내어 버린 관계로 모든 노트가 잉크투성이가 되어버렸다.

세 번째, 실제본을 위한 바느질도 순서가 있다는 것이다. 잘못된 바늘구멍이 양옆으로 3개나 뚫려 너덜너덜한 나의 노트를 보며. 노트의 제작과정은 생각보다 쉬우면서 어려웠다. 혼자서 하기에 충분했으나, 과도한 시행착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종이의 배열, 용지 사용, 제작 과정 등은 실수투성이였지만 이 같은 실수와 과정을 통해 완성된 노트를 얻어내게 되었다.

 

3. 하고 싶어하는 욕심은 많았다. 거기에 맞게 몸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이번 그린그림의 워크샵은 이런 의미에서 더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실행하기 꺼려했던 나태한 나를 깨우고 고민하고 행동하게 만들었던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계기를 통해, 어렵거나 두려워 할 일이 아니라 일단 시작해볼 수 있는 일이란 것을 배우게 된 것도 좋았다.과도한 욕심을 버리고, 일단은 시작해 본다는 마음으로 하나를 행동하는 것에 대한 중요함을 조금은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오히려 더 편하고 가볍게 시작하는 '행동'을 만들어나가보자는 생각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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