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등등인

 

 

 

수요 집회 1000회.

얼마 전에 <한국영상자료원>에 가서 <낮은 목소리>를 봤다. 시리즈가 3개 있는데, <낮은 목소리>, <낮은 목소리2>, <숨결> 이렇게 있다. 원래 <낮은 목소리>는 디비디가 아니라 비디오 밖에 없어서 <한국영상자료원>까지 찾아간 거였는데, 최근에 DVD가 나온 듯 하다. 야튼, 첫 <낮은 목소리>에는 일본군 ‘위안부’의 일본 대사관 앞 수요집회 100회째가 찍혀 있다. 그 100회를 10번이나 더 한 날이 바로 이번 주 수요일 1000차 수요 집회였다. 일본군 위안부의 재현에 대한 연구를 완보(緩步)로 진행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 집회에 참가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사실, 한번도 수요집회에 참가하지 못해서, 언젠가는, 언젠가는, 하고 있었다. 트위터에서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글이 트윗이 올라오면, 무조건 리트윗 하고.

 

 

야튼, 역사의 현장에 참여한다고 생각하니까, 밤에 잠이 안왔다. 새벽까지, 일본 대사관 찾아가는 길을 찾고, 서울가는 동안 읽으려고 <20년간의 수요일>도 챙기고, 또 계속 설레고 하느라고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래서 늦잠을 자버렸다. 눈뜨자마자 부랴부랴 챙겨서 12시에 겨우 일본 대사관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권해효씨가 집회 진행을 하고 있었다. 할머니들도 한마디씩 하시고, 연대발언도 돌아가면서 했다. 먼저 윤미향 정대협 대표, 한명숙씨, 정몽준씨, 이정희씨 등의 정치인들이 연대발언을 했다. 이정희씨는 수요집회 처음 할때 집회를 준비하고 참가했다고 했는데, 정치인들의 연대 발언 중에는 이정희씨의 연대발언이 좋았던 것 같다. 한명숙씨와 정몽준씨는 ‘사죄하지 않는 일본’에 대해서만 비판했는데, 이정희씨는 50년간 모른척한 한국 정부도 함께 비판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자원봉사자들은 수줍게 올라와서 당당하게 발언했다. 이 연대 발언의 마지막은 모두들 “사랑합니다”였다. 연대 발언 제일 마지막에는 배우 김여진과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 배우들이 함께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대사 일부분을 낭독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배우들의 목소리에 숙연해지고, 가슴을 먹먹해졌다. 이날 시위에서는 강하게 일본 대사관 쪽을 향해 항의 하기도 하고, 이 수요 시위가 과거를 위한 시위가 아니라, 미래의 평화를 위한 시위임을 강조하고 있었다. 약간씩은 다른 의견이지만, 모두들 자신의 방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그것에 대해 반응했다. 정몽준씨가 발언할때는 내려가라고, FTA 해결하라고 했고, 쑥스러워하는 여고생들에게는 박수로, 구호는 3번씩 같이 반복. 나는 12시에 겨우 맞춰 도착했기 때문에 찍은 사진들이 엉망이다. 원래 사진을 잘 못찍기도 하지만, 나눠주시는 보라색 피켓을 입에 물고 현장을 기록할 수 있는 사진 몇장을 찍었다. 현장이 잘 찍힌 사진들은 기자님들이 기사에 많이 올려주셨다.

 

 

 

 

때마침, 도쿄에서 신콩떡님의 문자가 도착했다. 신콩떡님은, 일본 국회 앞에서 연대 수요집회를 하고 있는 현장에 있었다. 서로, 각자가 있는 곳에서의 현장감을 교환했다.

신콩떡 : 여기는 일본 국회의원회관입니다! 저쪽에는 송신도 할머니가...

기타등등 : 여기도 1000회 수요집회 선언서 낭독! 집회는 끝났음.(사진을 함께 보냈다.)

신콩떡 : 멀티메일을 볼 수가 없습니다 ㅠㅠ 트위터 여성주의 저널 [일다]에는 1000회 수요집회 기념으로 일본군 위안부 인터뷰 시리즈가 계속 올라왔고, 마이니치 신문 트위터에서는 곧 있을 한일수뇌회담에 들어갈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사도 올라오고 있다. 집회를 마치고는 <바위처럼>을 부르면서 해산했다. 참가한 사람들 모두가 자신의 방식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수요집회에 기여하고 있었다. 나는 오늘 집회 참가와 열심히 리트윗을 했지만, 내 연구 주제를 더욱 파고들어서 내 연구로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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