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업데이트 혹은 판올림

 

 

 

 

소설가 金 飛 

 

 

 

 


 

   '날마다 새로워지고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사실 우리는, 날마다 '구식'이 되어가고 있다. '급변하고 있다'고 묘사되는 이 세계의 미친 속도는, 날마다 우리 모두를 구시대적이고, 고리타분한 시간 속에 던져놓고 만다. 우리들은 그저 제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는데, 어느새 우리는 시대를 따라 뛰고 있는 근육질의 사고를 하는 인간들의 무리 가장 끄트머리에서, 질질 끌려가며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근육질의 사고와 생각으로 뛰고 있는 그들도, 최첨단의 이름을 부여받지는 못한다. 결국, 그들도 자신들의 앞에 누군가를 따라 정신없이 뛰고 있을 뿐이다. 그토록 있는 힘을 다해 뛰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몸짓은 그렇게 시시각각 변하며, 온몸에 미래와 희망이라는 피를 돌게 하는 심장의 펌프질은 그토록 절박하게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또한 고작 외향적인 몸짓을 커다랗게 불리고만 있는 짓일 뿐, 생각이나 사고란 애초부터 그렇게 '미친'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욱 빠르고 세심한 속도로 움직이는 생각과 사고란, 그래서 더욱 느려지고 지난한 것일 뿐, 이 세계의 미친 속도를 따라 움직이는, 그런 근육질의 사고와 생각은 절대 같지 않을 것이다.

 

  그건 생각이 아니라, '기계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명령이거나 혹은 복종일 뿐이다.

 

   근육질의 몸집으로 누군가를 따라 최전선에서 뛰고 있든, 그 중간 즈음 어디에서 무리에 휩쓸려 어정쩡한 모습으로 뛰고 있든, 맨 뒤에 질질 끌려가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무리의 끄트머리에 매달려있든, 그럼에도 우리는 스스로 날마다 또다시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진보든 보수든, 미래지향적이든 과거 회귀적이든, 모두가 지금 이 순간 날마다 '구식'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생각이나 사고의 새로움이란 기계처럼 레버를 올려갈 수 없으니만큼) 급변하고 있다고 말하는 이 시대의 '미친' 속도는, 우리들의 사고를 새롭게 하려고 뒤따라야 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우리는 날마다 구식이 되어가다 못해, 스스로 믿고 있는 것들을 맹신하며, 자신들의 생각을 '미친' 속도로 합리화하며 이미 '구식'이 되어버린 것들에 사로잡혀 있다. 가장 '최신의 구식'이 되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절감하지 못한 채, 서로 다른 지점에 스스로 생각의 뿌리를 박아놓고, 그 위에 가지를 뻗어, 사람들의 발길을 엉뚱한 곳으로 이끌어놓고 만다. 뿔뿔이 흩어지며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내달리고 있는 그들이 향하고 있는 거기는, 모두가 그토록 간절히 바라는 '밝은 미래'도 아니요, '안정되고 평화로운 세계'도 아니다.

 

  거긴 그저, 언젠가 고립된 자신을 발견하게 될

어두운 모퉁이일 뿐이다.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던 건, 그런 이유다. 업데이트란 '판올림'이다. 언뜻 생각하면 그건 전환이나 치환처럼 들리겠지만, 판올림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혹은 하나의 것을 다른 것으로 바꾸거나 옮기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업데이트에는 바뀌는 것이 존재하지만, 바뀌지 않는 것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변화이며 혁신이기는 하지만, 그건 포기하거나 지워버리는 것이 아니다. 판올림은, 변화를 변화시키는 것이며, 혁신이란 이름에 다시 한 번 또 다른 가능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저 변화를 꾀하고, 가능성을 부여하는 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또 그 위에 또 다른 변화를, 또 다른 가능성을 부여하며, 모든 것을 그 자리에 머물게 하지 않는다. 언제나 새로운 에너지로 이미 새로워진 것에 다가가며, 또다시 그것을 다른 층위로 도약시키려는 새로운 세계를 꿈꾼다. 변화가 시작되고, 가능성이 현실이 되기 시작할 즈음에, 이미 우리들의 머릿속은 몇 번씩이나 새로워지며 더 먼 미래를 꿈꾸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업데이트, 혹은 판올림의 진정한 의미다.

 

   그렇게 시시각각 새로워질 수 있는 생각의 판올림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열린 시각이 중요할 것이다. 이 세계의 모든 현상, 모든 현실에 닫혀있고, 또한 등을 돌리고 있다면, 그것은 이미 경계 안쪽에 갇혀 있거나, 상자 속에 갇힌 것에 불과하다. 기껏해야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전환을 위해, 똑같은 강박으로 또 다른 불안에 떨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모든 변화를 떠올리며 자신만의 방향성을 찾는 것이, 진정한 판올림이며 또한 업데이트이다.

   업데이트의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바로 시기의 규칙성이다. (각자에게 알맞은 판올림의 시기는 모두 다 다를 테니) 일정한 시기를 정해 스스로 생각이나 사고, 혹은 생활 방식을 점검하고 새롭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어떤 경계 너머를 들여다보는 일이니, 당연히 불안을 동반하겠지만, 그때마다 자신이 딛고 있는 두 발의 힘을 믿어야 한다. 이것이 경계를 넘는 일이거나 전환이 아니라, 그저 어딘가를 향해 길게 목을 빼 기웃거리는 것에 불과한 '업데이트'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몰랐던 것을 깨우치는 일이며, 그것은 또 다시 어떤 방식으로든 나의 삶을 새롭게 할 것이고, 나는 또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며 다른 가능성을 떠올리고 생각하면서, 날마다 나의 삶은 새로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여기, 오늘도 구식으로 사는 우리가 있다. 머릿속에 든 모든 것들은, 내가 오늘 또다시 마주한 이 현실은, 금세 내 앞을 지나치며 업데이트라는 임무를 내게 떠넘기고, 과거 속으로 사라져버릴 것이다. 내가 이해하고 깨우치고, 고개를 끄덕인 모든 생각과 신념은, 또 다른 가능성을 그 위에 부여해야 하는 밑그림일 뿐, 절대 흔들리지 않는 진리도 아니며,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계시도 아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동쪽에서 떠올라 서쪽으로 지는 태양뿐, 아니, 어쩌면 인간들이 모르는 사이, 우리들이 변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는 태양도, 날마다 조금씩 다른 각도로 지고 있는 건지도 모르는 일이다. 인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시시각각 변하며, 인간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하는 격변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들이 디디고 있는, 이 변하지 않는다고 맹신하는 자연의 이치인지도.

 

   또다시, 두려울 것이다. 결코, 납득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달라져야 하는 것은, 결코 한곳에 머무르지 않는, 여기 이 시간을 사는 우리 인간의 책무다. 언제나 거기에 머물러있는 것을 자책하며 불안하게 느껴야 하는 것은, 우리가 서 있는 바로 그 자리가 아니라, 우리들의 머릿속에 기억으로 새겨진 어떤 흔적일 것이다. 물론 그 위에 다른 모양의 시간을 기록해야 하는 임무가 내일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고. 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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