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교양-잠깐 독서: 당대의 모순과 싸운 ‘풍기문란’]

2013년 6월 10일

 

당대의 모순과 싸운 ‘풍기문란’

음란과 혁명-풍기문란의 계보와 정념의 정치학

 

 

 

‘정동’(affect)과 ‘공동체’(commune). 부산에 거점을 둔 연구모임 ‘아프-꼼’의 이름이자 이 모임을 주도하는 권명아 동아대 교수(국문학)의 핵심 주제다. 그는 ‘정동’을 “슬픔이나 외로움, 불안, 환멸, 사랑과 같은 ‘정념’을 정치화하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거칠게 말해, 일상화된 냉전(파시즘) 아래 찌꺼기처럼 가라앉아 있는 정념들을 만나고 여기에 정치적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권 교수는 이 책을 이전에 펴냈던 <역사적 파시즘>, <식민지 이후를 사유하다>와 묶어 “한국 근현대사 연구에 대한 3부작”이라 말한다. 1930년대 일제시대부터 현재까지 한국 근현대사에서 ‘풍기문란’을 어떻게 규정하고 법제도와 담론을 동원해 통제해왔는지 고찰했다. 왜 풍기문란인가? 그는 “풍기문란 연구는 당대에 부적절한 것으로 간주된 정념이 정치적 열정으로 이행하는 역사적 맥락을 추적하는 작업”이라 한다. 곧 부적절한 정념의 담지자가 되어 주체의 자리에서 쫓겨난 이들로부터 ‘통치의 선’을 읽어내고, 이로부터 새로운 정치적 주체를 불러올 역사적 전망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제시대 작가 이기영의 소설 <서화>를 당시 농촌공동체 마을에서 풍기문란에 대한 규제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보여주는 자료로 다시 읽어내는 등 새로운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링크: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9109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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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정동은 질 들뢰즈가 스피노자의 이론에서 어원의 함의를 빌려 정의했듯이, 정서와는 구별되는 촉발되는 것, 이로 인한 이행을 뜻한다. "정동은 그런 점에서 힘 또는 힘들의 충돌과 동의어이다." 물듦이 만남에서 비롯되듯이, 정동은 대면·관계·부딪침·충돌·접촉의 한가운데서 솟아오르는 것이다. 정동은 이러한 부딪침에서 솟아오르는 힘이자, 그 부대낌의 힘 자체라는 점에서 '강렬도intensity'를 특징으로 한다. 이런 차원에서 정동은 부대낌의 힘이라는 함의에 더욱 가깝다.

 

권명아, <<음란과 혁명>>(책세상, 2013), 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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