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힐링: 중2병과 힐링-> 현시창이지만 힐링은 필요없어

 

안녕하세요 신콩떡입니다. 오늘은 가볍게, 얼마 전에 있었던 저의 강연 후기를 올려보고자 합니다.

불초 소생인 저는 11월 24일 부산작가회의 주최 연속 강좌 <청년과 시민 힐링을 묻다>에 강연자로 나서게 되었었더랬습니다. 여기에 제가 가게 된 것은 아무래도 평소에 '청년'들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논문을 써오고, 나도 청년이고, 나도 앞날이 깝깝하고, 근데 청년이란 단어는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 또 지역에서 뭔가 해보려고 버둥버둥을 해왔고, 주위에 청년 친구들도 많고, 이런 저런 이유들로 하여, 그렇다 하면 신콩떡이가 청년과 힐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주시어, 제가 감히 '청년'들에 대해서, 그리고 '힐링'에 대해서 어떤 말을 떼 보는 자리에 서보게 된 것입니다.

 

두둥

 

그렇다. 힐링.

세상은 수많은 힐링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제가 지금까지 알아온 힐링은

 

이런거,

 

힐링과 헌팅을 동시에 시전하는 드웦여사제

 

이런거,

 

힐링을 통해 체력이 쭉쭉 차오릅니다.

 

...입니다. 그러고보니 그동안 힐링에 대해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죠. <힐링>을 이야기하는 대표적인 이야기들, <아프니까 청춘이다>부터 시작해서 줄줄줄줄이 현실의 청년과는 맞지 않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한편으로는 그렇게 청년에게 '열정'과 '패기'를 요구할 거라면 오히려 "그따위 힐링 집어치워라!" 라고 말하는 것이야말로 청년이 가질 수 있는 패왕색의 패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서 크게 주목해서 보지 않았더랬습니다.

하지만 이미 현실에서는 힐링이 대세고, 실제로 수많은 청년들은 위로받고 싶어합니다. 내 주위의 어느 지인은 "열번만 흔들려도 사람이 죽지, 죽어"라고 말하지만 또 다른 지인은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를 읽으며, 그래 난 아직 더 흔들려도 된다! 라고 마음을 다잡고 다시 자기소개서를 쓰니까요. 아무래도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힐링'은 꽤나 필요하고, 효과가 있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도서 목록에서 <괜찮아>를 검색만해도 책이 우르르 쏟아지고, 심지어는 '청년 멘토'로 시작한 안철수가 어느새 대권의 핵이 될 만큼 세력이 커진 것도 그런 흐름 속에 있지 않나 해요. 그러니 이렇게 치유 대상으로 더욱 호명될 수록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아, 청년은 더욱 아픈 환자가 되어가는구나, 라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참에 마음잡고 힐링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여기서 생각보다 재미있는 것들을 읽었지요. <힐링>에는 한편으로 개인적 극복과 위안을 중요시하는 김난도류의 서적이 있는가 하면, <ㅇㅇ치료>와 같이 인문/예술을 통해 심신을 '치료'하는 치유의 방식도 있는 것이지요. 최근 '자존감'이라는 말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자 나아감의 알파요 오메가가 되었는데, 인문/예술을 통한 '치료'로 자신의 마음을 치료하는 것 또한 이러한 마음, 자존감, 정신과 같은 것들을 다스립니다. 즉 글, 음악, 미술, 등등의 시도를 통해 억압되거나 흩어져있을 뿐이었던 자신을 표현해보면서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되찾아가고, 또 이를 통하여 사회로 복귀하고, 또 '치료'로 끝나지 않는 지속적인 수양을 통해 앞으로의 자신을 함께 다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시도들에 대한 보고를 파악하기에는 저의 부족함으로 어려운 점이 너무나 많았고, 전혀 확인되지 않은 것이지만, 이러한 방식이 우리가 지금까지 해오던 '사회 속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설정'과 같은듯 하지만 한편으로는 결국 공동체를 위한 정상성의 회복을 향한 것이 아닌지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힐링과 치유에 대해 무언가 긍정적인 이야기를 나도 하고 싶은데, 정말 어렵습니다.

왜냐면 청년을 향한 힐링 담론에서 지금 제일 잘나가는 김난도느님의 어록을 정리하자면,

 "재테크하지 말고 종잣돈을 써버리면서 너에게 투자하렴^^",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하는 거란다. 아 그 고생은 물론 여행, 자기성찰, 봉사 이런 것들이지^^", "불안하니? 그건 다 니가 조급해해서 그래^^", "정 힘들면 당장 중소기업 비정규직으로 삶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와 같은 정신나간 소리들을 읊고 있어서 도저히 뭔가...긍정해주기가 너무너무 어렵습니다....아니 못해.... 적어도 중소기업 비정규직으로 사는 친구, 또는 종잣돈이고 나발이고 없이 졸업 이후가 바로 생존으로 연결되는 친구가 있는 사람으로서는 이런 거 긍정 도저히 못하겠어요......물론 간간이 옳은 말도 있긴 한데, 예를 들면 이런 것이에요. "시간 관리 잘하고 일찍 일어나라."......응?.....이건 우리 엄마도 2n년째 하는 소리잖아? 여기서 우리는 잠깐 다른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생각해보면 청년 멘토들이 하는 후눈한 말들은 대부분의 부모님이나 선생님들께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말하는 내용들인데 대체 왜 책을 사보고 있는 걸까요...? 백만명씩이나?

 

 

그것은 한편으로 '멘토'의 실체는 '존경받은 삶', '바른 삶'을 살아온 사람이며, 그 존경과 바름의 기준은 결국 돈을 잘벌고, 사회적 명예를 쌓았느냐만이 중요한 것이라는 걸 말해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의사 자격증도 따고 남는 돈으로 컴덕질도 해서 회사도 세우고 떼돈을 버신 안철수님은 백만멘티들의 지지율로 대선까지 진출하지만, 최소한 일하는 사람이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우리들의 현실이자 바람을 외치며 고공농성을 한 김진숙은 멘토가 되지 못하죠. 그리고 또 우리의 부모들, 친구들, 선생님들의 말들 또한 멘토의 말이 되지 못하는 것도 그러합니다. 성공하지 못한 사람의 말들을 믿을 수가 없는 시대, 듣지 않는 시대, 그래서 결국 소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말하지 않고, 들어주지 않는 시대입니다. 물론 힐링에 그런 것만이 전부는 아니겠죠. 오히려 작은 위안이 더욱 소중한 시대이기도 하고, 호의가 더 귀중해지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청년들, 대체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라서 안심만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이 사람들에게, 힐링은 오히려 너무 잔인하고 무책임한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단정해버리기로 합니다.

하지만 꼭 치유가 그런 것만은 아니죠. 다 괜찮아, 다 괜찮아, 니가 더 힘내면 돼, 같은 청년 멘토들과 스님 힐러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앞서 말했던 ㅇㅇ치유와 같은 것들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것들은....오히려 너무 어렵고, 뭔가 연구사정리를 디비 파야 할 것 같고, 그런데 개론적인 이야기에서 보다 앞서나간 논문들은 생각보다 구하기 어렵고.....으아아아....신콩떡 죽네ㅠ (멘붕)

 

그래서 저는 처음에 세운 주제를 바꾸고 말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말 말도 안되는 진상들을 부리고 엎어져있고 퍼져있고......사죄드립니다.

 

본디, <중2병이지만 사랑이 하고 싶어>라는 쿄애니 3분기 신작애니의 '중2병'걸린 '다크 프레임 마스터'를 통해서 다른 삶을 통해서 다른 것이 될 수 있다고, 그래서 긍정적인 힐링도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라는 뜨뜻미지근란도란도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만, 역시 어려웠습니다. 중2병을 이야기하든, 인류보완계획을 이야기하든, 결국 나는 힐링에 대해 이야기해야하는데,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 하지만 청년 힐링들이 결국 이런 것들이라면 내가 어떻게 이것을 긍정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생각하고 조언을 듣고 한 결과.......

 

그래, 우리는 어쩌면 이런 현시창의 세계에 살고 있다, 고 말해버릴거야! 힐링 따위로 안된다구! 맨날 개인적인 열정이나 용기 따위 이야기하지마! 계급, 사회, 경제, 젠더적으로 얽힌 문제인 거 뻔히 알면서 네놈 책 팔아처먹으려고 이딴 글 쓰지 말란 말이야! 이딴거 안된다고 하는 게 바로 용기다 이 놈들아! 맨날 멘토들만 주절주절 이야기하고, 정작 당사자들은 <ㅇㅇ의 힐링 콘서트에는 오늘도 1000명의 참석자들이...> 이딴 기록으로나 남는 게 무슨 힐링이야! 힐링은 결국 자기가 이야기하고 위치를 찾는 거잖아! 힐링 콘서트 참가비내고 관객석 앉아 있다가 가면 그게 결국 청년들 위치냐? 응? 그래 놓고 맨날 열정돋우라고 쪼으지! 쪼으지마! 쪼으지 말라고!

...........라고 하기로 엇나간 결심을 해버린 것이었습니다 ㅠ_ㅠ........

그리고 강연 당일........저는 무시무시하게 슬픈 이야기로 시작을 합니다.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

그래요, 꿈은 안철수인데 현실은 지방대 잉여야! 잉여라구!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이야기에서 시작을 하기로 합니다.

 

"이 책은ㅡ 그냥 말없이 읽어주세요."

그리고,

-반드시 크게 들을 것.

 

 

그리고 나머지는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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