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엔지의 오래된 작은 사회과학 인문과학 서점. 지도를 그려준, 오랜 벗, 그녀와 어제도 그런 이야기를 나눴더랬다.
삶의 불가해함. 혹은 부대낌과 꼬뮨의 막다른 길들. 그 중 하나는, 사람들, 관계들, 평생을, 끝이 오지 않을것처럼, 영원히 빛날 것 같던, 그 찬란한 부대낌의 순간들.
그러나 오히려 두려운 것, 마주보아야 할 것, 피할 수 없는 것은, 그 부대낌의 끝장. 관계의 끝은 실로, 영원한 마지막처럼, 되돌아오기 어려운 어두운 심연을 남긴다는 것, 그 심연을 본 후, 우리는 결코 되돌아갈 수 없는 길로 나아간다는 것, 그리하여, 삶은 실로 서로 다른 길로, 그리고 결코 만날 수 없는 길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뒤돌아볼 수 없다는 것. 삶이든, 관계이든, 부대낌이든, 꼬뮨이든, 그 근저에 놓인 두려움의 하나일터.
하여, 겸허할수밖에 없다. 사라진 것, 되돌이킬 수 없는 것, 그리고 남은 것들.
사라져가는 그 부대낌의 잔상처럼, 점점 희미해져가는, 그러나 그 희미해져감을 다시 찬란한 부대낌의 에너지로 이행시키는 그런, 코엔지의 길목에서 문득 두서없는 생각.
그러나, 사라진 것, 되돌이킬 수 없는 것, 그리고 남은 것들을 생각한다. 혹은 뒤돌아보지 말고, 걸어가야 하는 길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