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새벽 1시를 넘어가는 시간,

아이폰의 지메일 알림이 쉬지 않고 울립니다.

우리 팀원들이 워크샵에 대한 안내 메일을 보내고 있는 중인것이죠. 다들, 지금도 밤을 새며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아프꼼이 하는 일들을 아는 분들은, 아프꼼 팀원이 한 수십명 쯤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요~

하지만, 이런 상황은 그간 만나온 대부분의 대안 꼬뮨이나 모임들(물론 아주 큰 대안 꼬뮨을 제외하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거나, 세상을 후딱 바꾸는 그런 일은 아니지만, 나름,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서, 그 현장들을 더 인간다운 방식으로 변혁시켜보려, 작지만, 온 삶의 에너지를 다 쏟아부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그런 모임에는 나름 <대표 표상>이 되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실은 그 모임을 지켜가는 <지킴이>들이 있습니다. 지킴이들은 모임과 '공동체'와 꼬뮨을 가꾸고 만들어가고, 지켜가기 위해, 매일매일을, 자신의 전 삶과 존재를 말 그대로 바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모임들에 참여도 하고, 스쳐지나가기도 하지만, 지킴이들은 묵묵히 그 모임을 지켜나갑니다. 아주 힘껏.

그러다보니, 그런 대안적 모임에 잠시 스쳐지나가거나, 그 모임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모임과 자신의 <참여>에 대해 참으로 많은 말과 후일담과 참관기를 남기지만, 막상, 지킴이들은 <말>을 잃고, <기억>을 잃고 <후일담>을 잃게 마련입니다.

해서, 많은 경우, 우리는 지킴이들의 말을, 기억을, 흔적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도, 그리고 이전에도.

게다가, 아프꼼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런 대안적 모임의 대표표상의 경우, <대표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실은 대안적 모임을 통해서 말과, 자신의 자리와, 나름의 <보람>을 갖게 되지만, 어찌보면 지킴이들의 경우 <대표표상>과는 달리, 말도, 자리도, 보람도 갖기가 어렵습니다.

아프꼼 역시 이런 딜레마를 고스란히 갖고 있습니다. 아프꼼의 지킴이들은 몇년간, 이 모임을 변화시키고, 지키고, 가꾸기 위해, 자신을 탕진하고, 소진하고, 나가떨어지고를 반복하면서 삶 모두를 바쳐왔습니다. 그러면서 <보람>도 있었겠으나, 더 실제적으로는 공부할 시간도 없고, 글은 더 집중이 안되고, 몸은 항상 물먹은 솜처럼 무겁게 가라앉곤 했습니다.

아프꼼은 이 <지킴이>들이 자신의 몫을, 말을, 기억을, 자리를 흔적을 갖을 수 있는 아지트를 만드는 것을 모임 자체의 목표로 했지만, 그럼에도 역시 모든 대안적 모임의 지킴이들의 슬픈 운명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 모임의 첫 발걸음부터, 아주 오랜 시간 <고생>과 <멘붕>을 거듭해온, 김대성 ...그의 잃어버린 말과, 보람을 돌려주고 싶습니다. 또 실무만 잔뜩하다가 새로운 길로 나선 장수희, 그녀의 새로운 발걸음이 좀더 가볍기를! 두 사람은 모두 나름 연구모임 <안식년> 중이지요. 김대성과 장수희, 두 지킴이들에게 감사를~

 

 

그리고 못지 않게 오랜 시간, 제 구박을 받으며, 연구모임의 자리를 지켜온 <신콩떡>, 나이는 여전히 가장 막내이지만, 실제적으로는 연구모임의 선배격이지요. 오늘도, 열심히 <실무>를 보며, 글을 써야한다는 제 압박에 밤잠을 설치고, 하릴없이 909에서 밤을 샐지도 모르겠습니다. 날으는 바퀴벌레와 나방과 싸우며

 

지킴이 세월 몇년간 <잃은 것은 몸매요, 얻은 것은?> 미안합니다.

역시 제 압박과 구박에 연구모임 초기 지킴이었으나, 지금은 <파토~스>라는 자괴감에 시달리는 김만석.

 

그의 <피로>가 항상 마음에 걸립니다.

새롭게, 그리고 지금도 우리 연구모임을 지켜나가는 두 사람. 양순주, 송진희

송진희는 대학제도에 발을 잡힐 수 있는 우리 연구모임에 진정한 <연구자>란 무엇인가를 보여준 중요한 전환점이 된 지킴이입니다. 일본 체류를 마치자 합류한 양순주, 공부말고는 관심이 없던, 참으로 성실한 연구자였는데, 아프꼼 지킴이가 된 후 공부할 시간이 없어진, 슬픈 지킴이이죠.

하지만 <문체 혁명은 책상머리에서 이뤄지지 않는다!>, <말은 실천을 통해서만 온다>는 다짐을 마치 주문처럼 외우며, 오늘도 아프꼼의 지킴이들은 피곤한 하루를 아직도 마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어떤 이념, 어떤 명분에도 모든 대안적 모임들은 이 지킴이들이 잃어버린 말과, 기억과 보람, 그리고 무수한 시간들에 의해 지켜집니다. 아프꼼이 수년간 만나온 모든 모임들, 아프꼼은 그 모임의 대표표상보다는 지킴이들과 만나고, 그 말과 기억과 보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아프꼼의 지킴이들의 말과 기억과 보람과 시간과 열정을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그간 만났던 수많은 지킴이들의 피로한 얼굴과 그럼에도 의연한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지킴이들의 말과 기억과 보람을 만나고 지켜나가는 일, 아프꼼이 해나갈 일이기도 합니다. 지킴이들,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