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콩떡

 

 

 

 

 

 

여기는 요코하마입니다.

 

팀원들, 그리고 여기에 올 여러 사람들에게 편지쓴다 생각하고 올립니다.

 

벌써 5일째입니다. 지금은 모두가 나간 방에서서 혼자 라면도 먹고, 엎드려서 여기저기 전화도 하고, 책도 한 권 읽었고, 그동안 한 것들을 정리해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지금 있는 작은 방에는 햇볕이 잘 들고, 에어컨이 시원하고, 이불이 가벼워서, 이대로 시간이 100일은 지나도 모를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있다 보면 여기가 정말 외국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마 방 안에만 있다보면 언제나 모를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5일째 되어서 하는 말이고, 정말 4일간은 충격과 공포의 뺑뺑이였습니다.

 

일단 출발. 1일

 

출발한 후에는 다들 두리번거립니다. 뭔가 잡아내야겠다는 매의 눈부터 시작해서, 이국의 풍경을 무심히 흘려보내는 눈까지. 하지만 저에게는 그것이 꼭 일본, 이국이라서 자꾸 관찰하게 된다기 보다는 하단 밖이기 때문에 열심히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요코하마로 들어갑니다.

 

 

 

 

오오 근대식건물 오오

요코하마로 진입하는 중이기 때문에, 신기해서 찍어놓았는데 여기에 오니 널린 것들이 이런 건물이더군요. 

 

 

 

창밖을 보는 진희씨. 줌을 당기는 대신 몸을 내밀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

 

 

의자 뒷모습이 "요코하마에 잘왔어" 하고 빵끗하는 듯해서 찍어놓았습니다...

.....만...이때는 요코하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리고 2일, 3일, 4일은........

 

 

This is 외국!!!

아아 실감난다. 말은 안통하고 상황은 어긋나고 미래는 예측불능입니다!

 

우선, 장비, 전시공간, 예산 등이 예측과 너무 달랐고, 우리 팀이 가장 먼저 도착하여 그 것들을 몸소 확인하는 것을 시작으로 한국에서 오신 작가분들이 하나 둘 씩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너무 절망(?)하지 말고,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시간을 갖고 조율하자, 는 조언대로 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장비 없이 뭔가 진행하고 있는 우리의 상황

* 인터넷에서 주운 사진입니다.ㅠㅠ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주변을 둘러볼 마음도 생겨났는데요, 신미나토마을은 생각만큼 크지는 않았습니다. 완전히 하나의 마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큰 공간 안에 여러가지 아기자기한 부스들을 설치하여 '마을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더군요. 그것이 꼭 요코하마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희가 있는 숙소 근방인 <야마테> 역시도 예쁘고 깔끔하고 큰 주택들이 모여있는 동네입니다. '마을'이지만 사람의 기척이 잘 느끼지지 않는 곳, 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가짜, 잘 꾸며진 세트장같은 느낌이 요코하마와 미나토를 같이 놓게하는 듯 합니다. (보드리야르옹의 디즈니랜드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하네요.)

 

그리고 어찌되었든 할 수 있는 것, 즉 가지고 간 장비들로 사진을 찍고 , 남기고, 매일 이야기를 나누고, 그렇게 지냅니다.

 

 

외국인묘지를 촬영중입니다. 야마테지구는 부촌이기도 부촌이지만, 개항 이후 외국인들이 많이 살게 되면서 근대식의 유럽풍 건물들이 많이 남아있는, 역사깊은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지금은 그 외국인지구 안의 외국인 묘지에 와 있는 것입니다. 저마다 다른 모양들의 납골묘들이 들어서있는데, 죽음마저도 신기하고 이국적인 것으로 '관광'되고 있다는 것, 어떤 엄숙함도 없이 그저 동네 속의 한 부분이 되어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도덕적 가치판단을 제한 감상입니다.)

 

 

 

 

 

대성샘의 외국인묘지 촬영 사진은 그냥 나오지 않았습니다. 뭔가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는 느낌이 들어서 찍지 않을 수 없었던 포즈...

 

 

저 장소는 꽤 높고 위험했는데도 올라가서 찍고 있었기 때문에, 역시 진희씨는 프로페셔널하다고 혼자 감탄했었습니다.

 

 

 

 주로 반나절은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곳곳에 대한 사진을 찍고 감상을 생각하고, 나머지 반나절은 회의를 하거나 밥을 먹거나 하면서 보냅니다.

 

 

 

사진의 맨 왼쪽은 그렇게 우리와 함께 하고 있는 최선 작가님이십니다. 사회적 기업의 대표로서 아동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것과 작가로서의 작업을 병행하시고 계시고, 지금까지 일본에 있는 동안 우리에게 항상 웃음과 에너지를 주고 계시는 분이십니다.

 

 

 

여기는 누구나 쓸 수 있는 세미나실인듯 한데, 저희가 1일부터 와서 죽치는 것을 시작으로, 최선 작가님도 여기로 오시고, 김윤환 선생님과 다른 한국 작가분들도 여기로 이야기하러 오시고 하게 되면서 어느 샌가 "코리아 아티스트 룸" 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여기가 석당 자료실이구나! 하면서 웃기도 했는데, 우리가 우리만의 공간을 하나 점거해나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서 마음에 드는 곳입니다. 여기를 거점으로 사람들이 지나가고, 소개받고, 모이고, 그렇게 미나토마을 안에서 누구도 제공해주지 않는 <우리들의 방>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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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의 기록을 충실히 정리하기 보다는 지금까지의 장면들을 꽤 두서없이 올리게 되었습니다. 5일간 제가 이곳에서 지내는 동선이 그랬던 것인가, 하고 반성해봅니다. 그래도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이렇게 부딪히고 깨지고 웃으면서, 잘, 지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끔 한국에 계시는 분들이 함께 있었다면, 하는 생각도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많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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