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ce11

 

 

요코하마에서 허덕허덕 하는 여러분들에게

 

가기 전에도 가고나서도 어떻게든 전하고 싶었던 말들이 있엇지만, 그게 잘은 되지 않겟죠.

 

원래의 계획은 서로 <멀리 떨어져> 독자적으로 <제발> 각자 일을 해보자...

 

-----나이브하게 말하면, 더이상, <6426>도 <15층입니까>도 없는 그런 시간들을 갖고 싶었으나

 

제 팔자가^^

 

올 2월에도, 8월도, 자꾸 일본에 가니까, 어쩜 누군가들에게는 그 흔한 <세계화>,라던가 <국제화>의 선봉에 우리가 서있는 것 처럼 보일지 모르겠어요.

 

너무너무 어려운 경로와 과정을 거치면서도, 여러분을 다른 세계로 자꾸 내모는 이 일들의 <의미>를 다 전달할 수 있을지요?

 

아마, 그 말은 도착하지 못할 거예요.

 

저도, 제가 왜 자꾸 이러한 무모한 일들에 제 인생을 <탕진>하고 있는가, 곱씹는 나날들입니다.

 

지난 주말, 거의 가지 않는 서울의 어떤 출판사 모임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정규직이 되어  부산에 내려온 후, 그간 만났던 후배들에게(단지 후배들에게)

 

언제부턴가, 너무 극단적으로 모든 것에 맞서서 싸우지 말고, 어떻게든 무언가 <너의 것을 만들어라>라는 말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를 <다시> 햇어요.

 그 이야기를 이전부터 들었던 후배도 그 자리에 있었으나, <교수되니, 변했다>는 반응...이라 참 훙미로왔어요.

 

아마,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그렇죠. 제가 어떤 포지션이 되어가고 있는지, 제가 다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없으니말이죠.

 

다만, 제가 정규직이 된 후, 그리고 여전히 어려운 많은 비정규직 연구자들, 후배들, 그리고 여기서 만난 많은 친구들과...함께 한 시간들 속에서

제가 후배들에게 해야 하는 일들은 <나는 이렇게 맞짱뜨고 살았는데, 너희들도 그래야지> 혹은 <너네는 그렇게 살면 안된다> (물론 그렇게 말ㅎ해주고픈 이들은 너무 많지만^^) 그런 것보다........

 

후배들에게는, 꼭 후배들에게만은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모든 걸 부정하고, 삶의 윤리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먼지처럼 사라져버리는 그런 삶이 되지는 말았으면 하는

 

그런 안타까움이었어요.

 

맞장뜨는 여자로서,,,,학회도, 선배도, 책돌리는 것조차, 매사 모든 것을 부정하며

결국, 홀로 외롭게, 벼랑끝에 서서, 최후의 순간을 곱씹는 그런 시간들이

그렇게 되는 과정이 무엇인지 조금은 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혹자는 여전히 SKY출신이 징징거린다고 하셔도 감수하겟지만.....그 순간들을 어떻게 말로 할 수 있을까요?)

 

그러던 어느날, 의무적으로 참여해야했던 프로젝트 사업으로  일본에 며칠씩 갈 일들이 생겼습니다.

 

나가사키의 어느 호텔 방, 교토의 유스호스텔 등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새 울며 지새던 날들을 기억합니다.

홀로,,,,,교토, 오사카, 나가사키, 등을 어딘지도 모른채 해메던 시간들도.

 

깊은 밤, 저 어둠의 심연을 바라보던, 나가사키의 어떤 숲을 다시는 가보지 않았습니다.

그런 시간들 끝에,,,,,

 

교토 대학의 카페테리아에 앉아, 100엔짜리 밥을 먹고, 하루종일 뜨거운 복사기 앞에 서서, 다리를 절때까지 책을 복사하며

<그래, 이렇게 살자>

 

라고,,,,아마, 수중에 단돈 1000엔이 남았던 교토 역 앞의 어떤 호텔에서, 천엔을 부여잡고 울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그 천엔으로, 신칸센을 타고, 도쿄로 가서,

 

다시 복사기 앞에서, 이렇게 살자 , 이렇게라도 살자

 

하면서

 

몇년을 보내다보니

 

한국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어떤 세계>가 열렸어요.

 

한국에서는 저는 세계가 없는 인간이었어요. 교류할 인간도, 대화를 나눌 사람도, 고통과 기쁨을 나눌 사람도.

그러나, 그 복사기 앞에서 저는 어떤 세계를 갖게 되엇답니다. 그게 무엇일까를

 

과연 말할 수 있을까요.

 

아마, 저는 그래서 과도하게

 

후배들에게는 너무, 무모하게 모든 것을 부정하지 말라 <변절자의 충고>를 건네며

여러분에게는 한국을 떠나야 <세계>를 만날 수 있다고

 

말도 안되는 충고와 강변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과연, 그게 타당한 일일까?

 

이젠, 저도 모르겟슶니다.

 

그러니, 여러분에게

 

세계는 과연 어떤 것인지

 

제게 말해주면 안될까요.

 

요코하마에 다녀와서

 

여러분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아마도. 제겐 이야기해주지 않겟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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