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기타 등등님이 올리신 본문 내용입니다.

 

 

 

이번 여름, 프로젝트 팀원들이 일본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신미나토 마을에 참가해서 작업을 진행했었다. 요코하마의 뜨거운 여름은 재일조선인 2세 작가 유미리의 작품들 속에도 잘 묘사되어 있다. 이 뜨거운 여름에 프로젝트 팀원들은 프로젝트 작업 진행 뿐 아니라, 팀원 내/외의 여러가지 경험들을 했었다. 그것은 크게 불화/사랑(?)으로 나누어 버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우린 그때, <정념>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지금도 다르지 않을지도.) 


[현대정념론]은 팀원들이 요코하마에서 도쿄로 와서 진보초 거리를 누비고 다니다가 구매한 책이다. 나는 나카무라 유지로라는 이름도 처음 알게 되었고, 그의 저작이 한국에도 세권 정도 번역되어 있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양일모․고동호가 함께 옮긴 [공통감각론]은 나카무라 유지로의 대표 저작인 것 같다. [공통감각론]의 <맺음말>과 <저자의 뒷 이야기>만 읽어봤는데, 차분하고 어렵지 않게 자신의 작업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 오늘 업데이트 될 현대정념론의 <학술문고판 머리말>과 비슷한 느낌이다.


나카무라 유지로는 팔순을 훌쩍 넘긴 일본의 철학자인데, 일본 위키백과를 검색해 보면 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다수의 저작들이 연대별로 정리되어 있다. 70대까지도 계속 저서를 낸 것 보면, 지금도 뭔가 작업을 계속하고 있을 것 같다. 후배 철학자 오오츠카 노부카즈(大塚 信一)의 『철학자 나카무라유지로의 작업 <익살꾼적인 모럴리스트>의 삶의 방법과 모험』(2008)(大塚信一『哲学者・中村雄二郎の仕事 <道化的モラリスト>の生き方と冒険』(トランスビュー))의 책도 참고해 볼 만 할 듯.


앞으로도 홈페이지에 계속 업데이트 할 [현대정념론]은 단락별로 업데이트 할 생각이다. 다음 강독 세미나 이후에는 <해설>이 업데이트 할려고 한다. <해설>은 쿠메히로시(久米博)라는 일본의 철학자이다. 쿠메히로시는 일본 위키 백과에 저서보다 다수의 번역서 목록이 인상적이다. 나카무라 유지로가 프랑스 철학을 일본어로 번역 소개를 주로 했다고 하는데, 쿠메히로시도 많은 작업을 함께 해 온 모양이다. 쿠메히로시의 저작은 아직 한국에는 번역되지 않았다.


그럼, 일단 [현대정념론] <머리말>개봉박두.ㅋ 


(3)학술문고판 머리

최초의 내 책인 [현대정념론]이, 이번 「학술문고」의 한권으로서 들어가게 되었다. 다른 책이 나오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젊은 시기에 썼던 것이기 때문에, 지금 읽어보면, 미숙하기도 하고, 허세를 부리거나 하고 있고, 낯간지러운 점도 많이 있지만, 그런데도 나의 철학적인 출발의 글로써, 스스로의 사고방식이나 느끼는 방식을 있는 힘을 다해내고 있다. 나중이 되어서는 도저히 쓸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역시 써두어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한다.

 

지금 <철학적인 출발의 글>이라고 했지만, 이 표현에도 약간 특별한 의미가 담겨져 있다.  초판이 나온 것은 1962년이지만, 당시에 이 책은 일본의 철학책으로서는 두가지 점에서 특이한 것이었다. 하나는, 과거의 철학사상이나 철학자에 관한 연구 소개가 없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정념이나 감정과 같이 당시, 일본의 철학계에서는 거의 주제화 되어 있지 않았던 신변적 문제를 정면으로 취급했던 것이다.

 

그같이 된 것은, 처음부터, 철학을 무엇인가 견고한 틀을 가진, 점잖은 것으로 간주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의 감성에서 출발해서, 다양한 선입견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하기로 했기 때문일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또,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본다면-감성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라고 해서,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것만은 아니지만, 최소한 그것(4)에 의해서, 가장 직접적으로 자기를 외계로 향해서 여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표제가 「현대 정념론」이거나, 감정에서 출발 등으로 말하거나 하면 어쨌든 저자의 입장 그 자체가 <정념적>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기 쉽다. 사실 간행 될 당시는 시대가 전후일본의 계몽주의가 계속 이어졌던 시기이기도 했기 때문에 이 책은 표제부터 선정적이고 저속한 책으로 오해받는 일마저 있었다. 그런데도 태연하게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정념론」이 데카르트도 다루었던 명백한 철학의 문제라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념론이라는 것은 데카르트의 경우도 그렇듯이, 합리주의의 산물이고 그렇게 때문에 정념이나 감정으로 흘러가지 않고 그것들을 대상화하여 논하는 것이 가능하다. 정념론에 있어서 비합리적인 것과 합리적인 것과의 대립이 주된 문제가 된 것도 그 때문이다.

 

무엇이 비합리적이고 무엇이 합리적인 것인가는 시대에 따라 관점에 따라 변하지만 그러한 대립 속에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인간의 삶이 영위되어지고 있는 이상 주제로서 퇴색되지 않는 이점이 있다.

초판의 「발문」(「본서의 구성과 방법」) 중에서 앞에 서술한 것과 거의 같은 취지의 이야기가 당시 나의 말로 쓰여 있다. 다음에 그것을 참고로 실어 두겠다.


나에게 있어 철학과 사상은 무엇보다도 인간에게 있어 비합리적인 것과 합리적인 것과의 뒤얽힘, 양자의 대립 및 결속, 그것에 있어서의 인간적인 지혜와 삶의 치혈한 표현으로써 문제시 되었다. (5)또, 그런 까닭에 자연히 나의 기본적인 방법론으로서 선택하고 있었던 것은, 철학이나 사상, 즉 인간이 가진 복잡함과 모순성을 이원론적 대립의 교차나 중첩에 의해서 파악하는 것, 인간습속의 관찰자, 인간성의 연구자라는 의미에서의 모럴리스트적인, 사물을 보는 유연한 안목을 잃지 않는 것, 게다가 역사적 사회적 조건을 ‘장’의 문제로서 고려하는 것 등이 있다.


한편, [현대정념론]은 초판이 케이소오서방에서 나온 것이 앞에 서술되었듯이 1962년이었지만, 그때는 제 1장 「사회화된 정념」, 제2장 「전통과 내셔널리즘」, 제3장 「정념과 미와 정치를 둘러싼 문제」라고 하는 전 3장의 구성이었다. 이 이후로 같은 케이소오서방에서 69년에 제 4장 「비판과 드라마에 있어서의 정념」을 더한 증보판이, 또 80년에는 내용은 그대로 서브타이틀만을 처음의 「미와 정치의 사이」에서 「인간을 발견하다」로 바꾼 개정판이 나오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런 종류의 책으로서는 혜택받고 있다고 생각하고있었지만, 이번 코우단샤학술문고에 들어갈 수 있게 되어서, 책으로서의 생명을 더욱더 갱신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어 기쁘다. 그래서 이 기회에 편집부의 권유로, 제 5장 「정념ㆍ제도ㆍ파토스의 지식체계(知)」에 「근대원리를 상대화하는 것」 및 「일본의 철학의 아포리아와 나의 행보」라는 두 개의 글을 더하여, 전 5장의 구성을 갖추게 되었다. 이것들을 모아서 [현대정념론]의 문제가, 최근의 (6)나의 작업에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읽고 이해 해주면 다행이다. 더욱이 이번의 학술문고판은 결정판으로서 부제목을 일절 붙이지 않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작년 이와나미서점에서 간행된 「나카무라유지로 저작집」(전10권) 의 제 1권이 「정념론」에 맞닿아 있기 때문에 그것과의 관계에 대해서 한마디 해둔다. 이 저작집은 주제별로 되어 한 권 속에 「현대 정념론」과 「감성의 각성」이라는 내용을 포함하지만, 분량 상 한 권에 이 두 권을 담는 것이 불가능하고 고심 끝에 보다 이론화 되어있는 후자를 중심으로 편집하고 전자에 대해서는 제 1장중에 세 개의 글을 서론적으로 담는 것에 그쳤다.

 

그러한 것으로 저작집의 1권으로서 정리해야만 하는 형태로 정리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이후 「현대 정념론」이 그런 형태로 밖에 탄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스스로 심하게 불만을 느꼈다. 이 책에서의 여러 가지 기획과 고찰의 전체에 내가 강하게 애착을 느끼고 있었던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마침 그럴 때에 학술 문고 편집부의 스즈키 잇슨(鈴木一守)씨에게 이 기획의 제안을 받았기 때문에 기쁘게 받아들였던 것이다.

 

쿠메히로시(久米博)씨가 해설의 수고를 해주시기로 된 것도 큰 행복이다.

 


1994년 6월


나카무라 유지로  

 

 

 

'ふれあ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념론의 현대적 의미1  (0) 2012.06.17
현대정념론 <해설>  (0) 2012.06.17
10월 15일 나카무라 유지로, <현대 정념론> 강독 세미나  (0) 2012.06.17
통번역 세미나4  (0) 2012.06.16
통번역 세미나 3  (0) 2012.06.1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