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재개발, “마와시요미 신문

 

 

 

수희

 

 

신문과 방송 매체에 대한 불신과 비판이 높다. 한국도 그렇고, 일본도 그런 것 같다. “이런 사실은 언론매체에 나오지 않고 있어요라는 말은, 한국에서도 들은 적 있고, 일본에서도 들은 적이 있다. 일반 시민에게 중요한 사실은 언론과 권력에 의해 편집되어 작은 지면을 차지하고, 소문과 스캔들이 커다란 지면을 차지하게 될 때도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매체에 대한 요구와 구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새로운 매체가 만들어져 유통되기까지는 긴 논의의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그럼, 새로운 매체가 만들어지기까지 우리는 어떻게 작은 지면의 중요한 사실과 커다란 지면의 소문과 스캔들을 조정해가며 읽어야 하는 것일까.

마와시요미 신문(まわしよみ新聞)이라는 신문이 있다. 일본어 사전에 찾아보면, 마와시노무(まわしのみ)는 차례로 돌리다라는 마와스(まわす)와 마시다라는 노무(のむ)의 합성어로 하나의 그릇에 든 음료를 돌려 마시는 일이라고 되어 있다. 마와시요미(まわしよみ)는 사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돌려 읽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럼, 마와시요미 신문이라면, 신문을 돌려 읽는다는 의미. 우리말로 번역하면 돌려읽기 신문정도 될 것 같은데, 신문활용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한국이니까, 같은 의미로 사용되어버릴 위험이 있다. 재미있는 제목으로 번역해주고 싶은데, 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지난주 수요일 오사카(大阪) 카마가사키()의 카페 얼쓰earth에서 개최된 마와시요미 신문 편집장 양성 강좌에 참가했다. 강사는 마와시요미 신문의 오너이신 무츠사토시씨. 이 강좌의 특징은 마와시요미 신문에 대해서 설명 한 뒤 마와시요미 신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단 만들어 보고 마와시요미 신문에 대해서 대충(?) 설명한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들은 먼저 마와시요미 신문을 만들어 봤기 때문에, 무츠사토시 씨가 대충 설명해도 다 알아듣는 분위기다. 무츠사토시 씨가 심하게 빠르게 설명했지만, 외국인인 나도 대충 의미를 알아들을 정도.

마와시요미 신문 만들기 과정을 잠깐 설명하자면, 34명 정도가 각자 돌려 읽고 싶은 신문을 들고 와서 20분 동안 신문에서 희한한 기사, 재미있는 기사, 관심이 가는 기사, 욕하고 싶은 기사, 의문이 가는 기사 등 한 명이 3개의 기사/그림/광고(신문에 있는 것 다 됨)를 고른다.(시간 엄수!) 그리고 돌아가면서 한 장씩 기사를 내놓으면서 왜 이 기사를 골랐는지 설명하고 의견을 공유한다. 다음에는 큰 종이 앞면에 1면 기사로 할 기사들 3개를 정하고 붙이고 의견이나 감상을 적는 편집회의 시간. 뒷면도 나머지 기사를 적절히 배치하면 마와시요미 신문 완성!

각자 선택한 기사도 다르고,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내가 속해 있던 그룹은 다들 그날 처음 만났던 사람인데도 희한하게도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연령대도 다양하다. 무츠사토시 씨에 의하면, 마와시요미 신문을 만들었던 최연소 참가자는 6. 고양이 사진과 기사를 골랐다고 한다.

편집도, 기사가 원래 실려 있던 기존의 신문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정말 작고 짧은 기사가 마와시요미 신문에서는 1면의 제일 중요한 기사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기존의 신문에 없는기사도 마와시요미 신문에서는 중요한 기사가 된다. 예를 들면, 내가 속해있던 그룹에서 만든 마와시요미 신문은 일본의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에 관한 기사와 사진을 1면에 실었다. 그러나 이 기사의 포인트는 정말 예쁜 피겨 스케이팅 선수복을 입은 여자 선수들의 사진 옆에, 남자 선수들은 사진 한 장도 실리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 모두들 신문 편집자가 남자이기 때문에 여자 선수들 사지만 실은 것이라고 한마디씩 했다. 그날, 여러 가지 기사에서 한국과 관련된 놀라운 기사는, 한국에서는 요즘은 잘 쓰지 않는 최루탄을 예멘 등 데모가 많이 일어나고 있는 국가에 팔고 있다는 것.

자본과 권력을 가진 언론사들의 신문 편집이, 나와 시민들이 직접 가위를 들고 자르고 붙이고 하는 사이에, 우리 삶에 필요한 신문으로 다시 태어났다. 없는 기사를 지적하고, 작은 기사에 의미를 부여하고 재미있는 기사를 서로 공유했다. 그래서 마와시요미 신문이라는 다양하고 새로운 매체가 탄생했다. 새로운 매체, 새로운 언론이라고 하면, 언제나 완전히 새로운 맨땅에 헤딩하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생각만 해도 힘들고, 위대한 인간만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지금 이미 있는 것들을 전유해서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간다면 새로운 언론도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지, 가위와 풀 하나씩만 있으면 된다!

무츠사토시 씨는, 강좌를 마치면서 수료증서를 한 장씩 주셨다. 이름은 자기가 알아서 써야 한다. 셀프 수료증이라고나 할까. 수료 증서에는 마와시요미 신문을 만들었던 모두가 이제 마와시요미 신문 편집장이 되어, ‘일본전국 각지에서 마와시요미 신문을 작성하고, 편집장으로서 활약을 기원한다고 되어 있다. , 나는 곧 한국에 돌아가는데, “‘세계 각지로 바꿔주시면 안 될까요?”하고 물어봤더니, 셀프로 세계 각지로 바꾸란다. 전 세계의 신문으로, 전 세계의 사람들과 전 세계의 곳곳에서 <마와시요미 신문>!

 

 

 

(마와시요미 신문 홈페이지 메인 이미지)

 

 

 

*마와시요미 신문 홈페이지 : http://www.mawashiyomishinbun.info/

*카페얼쓰earth페이스북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pages/EARTH/411417968913437

 

 

*수희 : 오사카에 잠시 머물고 있는 바람의 연구자. 지금은 일본군 위안부가 재현되어 있는 르포에 대한 글을 쓰고 있음.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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