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

 

 

net-a가 요코하마 BankART 신미나토마을에서 진행한 '하지메마시떼 프로젝트'는 신미나토 마을주민들(입주 아티스트들)의 부스에 먼저 건너가, 마을 이웃 또는 어떤 관계를 시도해보려는 작업이었습니다. 전혀 알지 못하는, 타인의 방문을 두드리는 방식, 여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해 본 이 '실험'을 통해서, 공동체 안에 있는 사람들이 쉽게 버리지 못하는 공동체 내의 문법과 태도를 다시 한 번 반추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net- a는 마을 주민들에게 처음 다가갈 때부터, 이 만남의 작업을 남기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하지메마시떼 프로젝트'를 시작한 초반의 영상들을 다시 확인해보니, 주민들의 얼굴이 잘려있는 영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카메라를 만지는 것에 익숙치 않았던 점도 있겠지만, '하지메마시떼-'라는 한마디 말로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를 이어가는 이 작업의 성격이 고스란히 배여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을인들에 대한 인터뷰가 아닌, 카메라를 쥐고있는 사람(net-a)과 만나서 대화를 주고받으며, 서로가 '함께 드러나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카메라의 시선으로 그들을 보지 못했습니다.


 


 서로의 언어가 서툴었기 때문에, 항상 번역기와 사전을 들추며 서로 대화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록 서로의 말에 정확한 뜻을 파악하진 못했지만, 계속해서 말의 벌어진 틈을 좁히려 서로의 말을 유추하려는 '애씀'이 있었습니다. 이런 애씀을 통해 서로가 가져왔던 언어와 문법을 죽이고,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서로의 만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어떤 인력(,동력)'은 '가르치고-배우는'관계, 나를 죽이고 '배우는'태도에서 나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blanclass팀>은 빈 공간을 거점으로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을 새롭게 만나, 워크숍과 퍼포먼스 등을 하는 팀입니다. 이 팀의 디렉터 Haruo상과의 만남을 통해, 하나의 빈 공간이 얼마나 다양하게 변주 가능한지, 그런 공간을 함께 가꾸는 사람들과의 관계란 어떤 것인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팀에서 유독 디렉터 Miki상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와의 대화하며 특히 <하지메마시떼 프로젝트>작업을 수행하는 데  서로의 말에 자신이 가져왔던 기존의 언어와 문법으로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려고(혹은 배우려고) 부단히 질문하였던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이런 만남을 계기로하여, 신 미나토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과 net-a가 서로의 아지트를 통해서 만나, 자신의 위치에서 상대방의 작업을 재서술하는 비평을 수행하며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신 미나토 마을에서 어떻게 결속할 수 있는지 실험해 보는 만남 <agit to agit>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Haruo Kobayashi)

 

 

(Miki)

 


 


  조형예술가 우시지마상은 죽어있는 예술 오브제가 아닌, 사람의 동력/인력이 통해야만 움직이는 작품을 만드시는 분이시며, 자신이 만든 작품(자전거)을 직접 몰고 사람들 사이를 다니면서, '만남'을 수행하고 있는 분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직접 마을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에너지와도 연결 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시지마상이 말하는 예술은 전시장 안에 있는 것이 아닌, 일상적인 만남, 삶 속에서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의 작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관계 안에서 발생하는 정념에서 사회적 결속의 동력을 구하고자 하는 net-a의 작업과도 연관이있단 생각이 듭니다.


 


(Tatsuji Ushijima)



신 미나토마을의 아이돌, 시오야마상은 늘 마을을 찾은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넵니다. 그녀는 아트 세토우치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오이, 토마토, 과일 쥬스 바구니를 들고 다니며, 편안하게 사람들을 맞이합니다. 그녀는 요코하마에서의 일정이 끝난 net-a팀에게 먼저 찾아와 다시 또 인사를 건냈습니다. 그녀와의 만남 속에서 우리는, 먼저 말을 건넨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곧 이 신미나토마을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러 가는 여행을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Genki상은 저희가 처음 말을 건낸 마을사람입니다. 그는 요코하마의 라이브 하우스(YOKOHAMA B.B STREET)를 운영하며 여러 밴드 활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Genki의 부스는 신미나토마을에서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가 아니라도, 일상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입니다. 그의 부스에가면, 여러 주민들의 소식지와 인디 매거진들, 인디 음반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신미나토 마을의 공식적인 카페 외의, 어떤 만남의 장소라고 말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 또한 Genki/그의 부스를 통해 '장소에서-장소로'의 이동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Genki Kosai)

일주일에 몇 번, 그의 부스에서는 그의 친구들이 몇명씩 모여 음을 맞추는 소리가 들립니다. Genki의 부스에서, 요코하마 인디 문화와 그 개별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Chiaemi)



 <소레가스키>팀은 그들의 첫 이벤트로, 페이스-뱃지 이벤트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이 이벤트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 뱃지로 만든 것을 뽑는 게임입니다. 요코하마 트리에날레 참가를 위해, 급!모인 팀이라고 하였지만, 매일매일 마을에서 낚시를 하거나, 마을 주민들의 얼굴을 찍는 등 그들의 일상적 여유로움 덕분에, 그들과 만난 뒤, 항상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메마시떼”프로젝트>는 만남에서 나올 수 밖에 없는 수많은 감정과 그 동력을 포착하기 위한 작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 달간, 많은 이들의 삶의 방식과 문법, 동선을 만났습니다. 이국에서의 한시적인 만남이었지만, "하지메마시떼"란 첫 인사를 통해, 낯설기만한 서로를 받아들이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 만남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다음의 만남을 기약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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