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등등인

 

 

요코하마는 오래된 도시이다. 명치-대정-쇼와-평성으로 이어지는 시간동안 변화와 발전에 관한 사진들과 건축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그래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도시에는 박물관, 역사관, 자료관이 아주 많다. 내가 주로 다니는 미나토미라이 선 주위에도 있지만, 요코하마 역으로 가서 시영지하철이나 JR을 타고 갈 수 있는 시립 박물관, 자료관도 있다.

 

 

 

요즘 요코하마의 전시실들에서는 <쇼와30년>경의 풍경들이 한창이다. 요코하마도시발전기념관에서는 <카메라가 찍은 쇼와30년경의 요코하마:자동차가 있는 풍경>을 전시하고, 요코하마개항자료관에서는 <쇼와 30년경의 길거리:요코하마 노스텔지어>, 요코하마시사자료실에서는 <노게산의 「쇼와」:고갯길과 공원의 이야기>라는 전시를 하고 있다.

 

 

 

쇼와30년.

나는 이게 도대체 몇년인지 감이 잘 안왔다. 요코하마시역사박물관(이름이 비슷비슷하지만 지금 이 이름은 이 글에서 처음 나온다)에에 갔을 때, 거기에도 <쇼와30년>경의 생활에 관한 전시가 있었다. 설명하시는 분께 물어봤더니 “음,,, 1945년이 쇼와 20년이니까, 10년후니까 1955년?” 아마도 일본 사람들에게는 서기보다는 연호가 더 편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한테도 안물어봤는데 내일 누군가 만나면 물어봐야겠다.

 

쇼와 30년.

이게 왜 그렇게나 중요한가? 왜 이 박물관, 자료관, 역사관 모두가 <쇼와30년>을 불러내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1955년.

1955년은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전쟁이 끝나고, 낙동강 밑으로 밀려 내려와있던 피난민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고, 사회적으로 <반공>의 이념이 고착되기 시작할 즈음이다. 일본에서는 1945년 패전 후 미국 점령군이 일본에 주둔하고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외부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당시가 배경이 된 영화를 보면, 꼭 신문에 '조선 전쟁발발'이라는 기사가 크게 난다. 전쟁에 참여할 수 없는 국가지만, 전쟁 무기 생산으로 한국전쟁의 최대 경제적 수혜자가 되었던 일본은 아마도 1955년쯤이 전후 최대의 호황기를 맞게 된것이 아닌가 추측해본다.(책이 있으면 찾아보면 좋겠구만!) 1955년-아마도 이 최대의 호황기를 맞고 있을 때의 일본이 아닐까. 패전의 폐허와 비참함-그 "참을 수 없음을 견뎌"(폐전 선언할 때, 천황이 국민들한테 "참을 수 없음을 참으라"고 했단다)내고, 공장을 건설하고, 수출을 증가시키고, 뭔가 아직 불안하지만, 힘을 내려고 하는, 그리고 그것을 눈으로 감각하는 시기.

 

이렇게 생각하고 요코하마 트리엔날레2011의 제목을 보면 이 <쇼와30년>에 관련된 전시들이 트리엔날레와 같은 맥락에서 나오게 된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요코하마 트리엔날레2011의 표제는 <OUR MAGIC HOUR>이다. "우리들의 마법같은 시간"이라... 일본인들에게 <쇼와30년>경이 그런 시기가 아닐까.

 

 

트리엔날레의 오픈 스튜디오의 하나이자, Net-a가 작업하고 있는 곳은 <신미나토 마을>이다. 이 곳은 새로운 마을이 통째로 만들어지고 있다. 재활용품들을 활용하고, 도쿄전기에서 만들어내는 전기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에어컨을 틀지 않지만, 나는 이 공간들이 기본적으로 <진공의 공간>으로 느껴진다. 하나의 진공의 마을이 만들어지는 곳인 것이다. 새로운 마을이 통째로 <만들어 지고> 있다는 것-신미나토 마을과 다른 맥락에서 생각해보자면, 조금은 기형적일 수 있다는 말이다. 진공의 완벽한 마을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곳.

 

이곳에서는 여러 전시들을 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하치노헤 리뷰>이다. 3명의 작가가 전시하고 있는 것인데, 하치노헤는 이번 일본 지진 때문에 피해를 많이 입은 곳이라고 한다. 처음 우리가 요코하마에 도착했을 때, 호소부치상이 이 공간은 이번 지진때 피해를 본 마을의 사진이 전시 될 거라고 했었다. 나는 또 고통이 전시된다거나, 참혹함을 드러낸 사진들이 걸리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이 곳의 전시는 사람들의 인물사진이었다. 지진 이후의 사진이 아니라, 지진 이전의 사진. 88명의 하치노헤 마을 사람들의 사진과 인물의 스토리가 사진과 함께 전시되고 있다. 대부분 웃고 즐거운 사진들이라 사진만 보면 웃음이 난다. 그렇지만, 이 사람들의 마을은 어떻게 되고, 목숨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일본의 상황이 아닐까.

 

 

 

일본의 상황.

지진과 쓰나미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도쿄전력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 때문에 마을을 잃은 이주민이나, 방사능의 피해를 입은 주민들도 있다. 그래서 여기저기에서 “간바로우 니뽕” 외친다.

이 힘든 시간들 속에서 <Our Magic Hour>이었던 <쇼와 30년>을 떠올리거나, 파라다이스와 같은 <신미나토 마을>을 만들거나 하는 것은 참으로 적절한 시기를 잡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노게산의 「쇼와」:고갯길과 공원의 이야기>에서 주로 전시되어 있었던 것은 1923년 관동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었던 사진들에서 곧장 미군 점령시기의 사진들로 이어지고, 또 다시 쇼와 30년경의 뭔가 활기차고 즐거워 보이는 사진들로 이어져 있다. 관동대지진(폐허)-폐전과 점령기-쇼와 30년경(부흥)으로 이렇게 시대를 뭉텅뭉텅 뛰어넘는 이 감각들이 나는 조금 불안하다. 재해의 시간들을 <새로운 마을>을 건설하는 것으로 뛰어넘으려는 감각, 재해의 시간들을 경제 부흥기의 <쇼와30년>의 기억으로 대체해 버리려는 감각들이 은폐하고 있는 전쟁과 침략의 역사들이 꿀떡 삼켜지지 않고 자꾸만 목에 걸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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