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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공지영·배수아 소설의 다른점은?…
권명아 평론집
 ‘무한히 정치적인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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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사회의 변화 속에서 부대낀다. 부대낌은 힘들이 충동하는 곳에 있고 주류와 비주류 사이에 존재한다. 번역될 수 있는 것과 번역될 수 없는 것 사이에 부대낌은 있다.

문학평론가 권명아(47·
사진)의 평론집 ‘무한히 정치적인 외로움’(갈무리)은 우리 문학의 부대낌을 관찰한 결과물이다. 우선 배수아, 신경숙, 공지영을 거명하면서 “여성들이 싱글 라이프를 선택하는 결단을 하나의 사건적인 것으로 표명하면서 출발한 이들 세 작가의 현재 도착점은 너무도 상이하다”고 지적한 ‘불/가능한 싱글 라이프’라는 제목의 평문이 눈길을 끈다. “공지영과 신경숙은 모두 결단과 선택으로서 여성의 싱글 라이프에 대한 서사로부터 ‘가족과 엄마’라는 우회로를 통해, 성공국민작가의 표지를 얻게 되었다.”(55쪽)

신경숙과 공지영의 소설은 양자 모두 한국인의 이른바 공통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쟁점을 소설화하고 있으며, 한국사회 구성원 공통의 정념에 호소하기 위해 한국인이라면 일반적으로 이해 가능한 언어와 의미화 방식을 자연스럽게 채택하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배수아의 경우 한국사회 구성원들이 일반적으로 이해 가능한 한국어의 체계를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쪽 거실’이나 ‘올빼미의 없음’에 이르러 배수아의 소설은 소설이라는 재현의
문법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지점으로 점차 이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략) 그녀의 소설은 한국문학사의 어떤 익숙한 문법과도 상이해서, 비평가들에게 적절한 분류의 대상으로 간주되지 못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무엇’으로 남겨져 있다. 나는 이러한 그녀의 글쓰기 방식이 정치적인 것의 과거형과 미래형 사이 어딘가에서 길을 잃고 있는 존재들에 대한 탐색과도 관련된다고 생각한다.”(61∼63쪽)

한국인의 공통적 정념에 호소하고 있는 신경숙이나 공지영과는 달리 배수아는 번역될 수 없는 것을 번역하려는 부대낌을 통해 그만의 문학적 성을 쌓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배수아의 글쓰기 방식에 대해 권씨는 “삶의 반경이라는 차원에서 생각한다면 정치적인 것이란 지금, 이곳에서의 제한된 삶의 반경을 돌파해내려는, 온 몸으로 그 반경을 넓혀보려는 몸짓”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책 제목 ‘무한히 정치적인 외로움’ 또한 이런 사유에서 나왔음은 물론이다. 자신에 의해 표현되고 타인에 의해 관찰되는 감정을 지칭하는 ‘affect(정동·情動)’과 ‘commune(공동체)’의 합성어인 aff-com(아프-콤) 총서의 첫 번째 비평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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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정치적 열정과

무관심 사이의 ‘부대낌’을 봐야,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보인다”

 

 

 

ㆍ‘무한히 정치적인…’ 권명아 교수

쉽게 환멸을 이야기하는 시기다. 희망의 전파를 기대했던 <나는 꼼수다>와 트위터는 4·11 총선과 통합진보당 사태를 거치면서 되레 환멸을 실어나르고 있다. 환상이 깨지면 환멸이 온다는 점에서 처음은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어떤가. 거대한 분노와 슬픔의 물결을 불러일으켰음에도 어떤 정치적 과정을 이끌어냈다기보다 애도만이 남았다. 다만 ‘영매’들만이 그를 재현하겠다고 나선다.

“환멸이야말로 삶의 뿌리를 붙잡고 서 있지 못할 때 쉽게 도래하는 낙담입니다. 구체적인 삶 속을 보면 세상은 쉽게 변하지도 않지만, 안 변하지도 않습니다. 세상에 대한 낙담은 추상적 지표만을 보고 쉽게 낙관하거나 좌절하는 지식인의 변덕인지도 모릅니다.”

<무한히 정치적인 외로움>(갈무리)을 펴낸 권명아 동아대 교수(47·사진)는 지난 6일 전화인터뷰에서 “통계나 지표, 선거 같은 변화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들끓고 있는 에너지를 봐야 한다”며 “한국사회가 실제로는 엄청난 부대낌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책은 그 ‘부대낌’을 분석했다. ‘한국 사회의 정동을 묻다’라는 부제에서 나타나듯 부대낌은 ‘정동’(情動)이라는 번역어가 쉽게 와닿지 않는 ‘affect’라는 개념을 풀어 쓴 것이다.
 
 
“부대낌은 복합적입니다. 일단 사람들과의 부대낌도 있겠죠. 또 속이 부대낀다고 말할 때는 어떤 다른 물질이 내 몸 안으로 들어왔을 때의 신체반응을 뜻하죠. 정동이라는 말은 신체적 반응과 힘의 부딪침, 이 두 가지를 모두 함축합니다. 부대낌은 의식적으로 제어할 수 없습니다. 비유하자면 속이 부대껴서 구토할 때와 같죠.” 그래서 부대낌은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지만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이 과정이 어쨌든 자신을 ‘변화’시킨다는 부분이다.

권 교수는 이 부대낌을 보는 것이 거대한 사회 변화의 서사 속에서 포착하기 어려운 양상을 볼 수 있게 한다고 말한다. 그도 말하듯 1980년대 한국 사회가 정치적인 것에 대한 파토스(열정)로 충만한 시대였다면 20여년이 흐른 지금은 정치적인 것에 대한 아파지(무관심)가 지배적이다. “그런데 파토스에서 아파지로의 변화만을 보면 두 가지로 환원되지 않는 들끓고 있는 양상들, 예컨대 슬픔, 외로움, 사랑 같은 것들을 볼 수가 없죠. 어떤 때는 이것이 정치적 열정으로 가기도 하고 때로는 무관심으로 가기도 하는데 지금까지는 사회문제적 현상이라든지 아니면 심리적 치유의 대상으로만 생각했죠.”

예를 들어 권 교수는 용산 참사와 두 전직 대통령의 죽음 등으로 이뤄진 촛불과 광장과 조문 행렬이 극장가와 서점으로 이동하는 것에 주목한다. 죽음과 상실, 그에 따른 슬픔과 죄책감 같은 것들은 우리 사회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던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영화 <해운대>나 <워낭소리> 등에 똑같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양쪽 모두 “죽음에 대한 감응이 책임이라는 윤리의 자리를 만들기보다 공동체의 익숙한 삶을 정상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본다. <엄마를 부탁해>나 <워낭소리>는 가족이라는 테두리 밖에서 공동체에서마저 버려진 다른 죽음에 대한 감응력을 막는다. <해운대>는 재난 뒤 죽음의 책임에 대한 반성보다는 정성스레 바닷가청소하는 장면 즉 공동체의 정상화 과정만을 길게 비춘다. 죽음을 계기로 나와 타인을 결부시키기보다 생존의 불안감만을 느끼며 자신의 삶만을 보존하려는 본능만을 강화하는 익숙한 장면과도 겹친다.

이렇듯 대중의 에너지 혹은 부대낌은 “그 자체로 진보적이거나 희망적인 무언가를 가져다 줄 보고”는 아니다. 하지만 권 교수는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마주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진보와 보수, 민주와 반민주, 이명박도 노무현도 다 마찬가지다. 모두 망조다. 중요한 건 살아남는 거다’라는 환멸감을 보는 시각도 그렇다. 그는 이런 경향을 “무지한 대중의 보수주의적 회귀”라고 보지 않는다. 그것은 “현존하는 모든 것에 대한 안티테제”를 부르짖었던 무솔리니처럼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페미니즘과 반페미니즘, 진보와 보수 등 현존하는 모든 이념에 대한 대중들의 환멸과 피로감”에 스며든 파시즘의 징후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권 교수는 ‘환멸과 외로움’의 문제야말로 한국 사회의 변화를 살필 수 있는 지점이라고 본다.

이런 분석은 거시적 혹은 미시적 사회 분석이라는 틀을 넘어 한 개인을 통과해 전체 사회의 구조에 접근하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다. “한 개인의 내적인 변화와 그 결과로서의 행위, 그것이 이뤄지는 광장과 그 행동을 촉발시키는 매개로써의 이미지들”을 꿰서 정동 혹은 부대낌을 보자는 것이다.

“<나는 꼼수다>와 같은 경우도 이미지를 통해 촉발된 전형적인 정동 현상이라고 할 수 있죠. 실제 삶이나 현실에서는 우리의 기대를 충족해줄 만한 명료한 방향성으로 환원시킬 수 없는 미세하고 들끓는 운동 중인, 발생 중인 것들이 있어요. 이것을 보지 않으면 변화의 흐름을 가늠하는데 늘 시행착오를 겪게 됩니다.”

이번 책은 권 교수 등이 2007년부터 부산 지역에서 일궈 온 인문학습공동체 ‘아프-꼼(aff-com)’이 앞으로 내놓을 총서의 첫 번째다.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지방에서 공동체를 끌고 나간다는 것, 그리고 익숙지 않은 방법론으로 부딪쳐 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는 “실패는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나아가는데 방점을 두는 것이 우리가 가진 힘”이라고 말한다.

 

 

국민일보. 6월 8일     황경상 기자 yellowpi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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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문화지도와 나의 삶의 반경그리기- 소규모 책 워크샵”

 

 

 

지역사회와 문화 취지

 

이 강좌는 지역에서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관심과 시점에서 지역 사회를 바라보고, 지역을 재발견할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양한 지역학 강좌와 책자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학은 너무 ‘늙었다.’ 지역의 젊은 세대에게 지역학은 어르신들의 애향심 가득한 충고처럼 멀게 느껴진다. 또한 같은 지역에 거주하더라도, 세대나 성차에 따라 공감하는 문화나, 관심 있는 분야가 다양한데도, 지역학은 지역이라는 공통분모로만 모든 것을 환원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본 강좌는 지역의 젊은 세대의 관심과 문화, 취향과 열정, 고민거리를 통해서 지역을 새롭게 경험하고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함께 공부할 것이다. 부산의 닉네임과 캐릭터, 스토리텔링과 사투리 리믹스, 축제, 라이프스타일과 ‘알바키드’, 혼종성, 냉전도시와 데이트 장소, 풍경과 맛, 산복도로에 이르는 키워드를 통해서 지역학을 젊은 세대의 시선과 문화에 리믹스 하는 즐거운 작업이 이 수업의 구체적 내용이 될 것이다. 문화지리란 지역의 장소성과 나의 삶의 반경을 겹쳐서 그려본다는 의미로써, 이를 통해 지역학을 개인의 삶의 차원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지역의 문화지도와 나의 삶의 반경그리기- 소규모 책 워크샵

 

<아프-꼼>에서 연계해서 진행하고 있는 지역학, 한국학 강좌는 "지역의 문화지도와 나의 삶의 반경그리기"라는 주제로 소규모 책을 만드는 워크샵"을마련한다 지역학, 한국학 교재와 학생들이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담은 과제를 결합한 소규모의 책을 제작하는 워크샵이다. <아프-꼼>과 소규모 출판, 디자인 팀 <그린그림>, 지역학 강좌를 듣고 있는 <학생들>이 함께 어울려 워크샵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이 워크샵은 <지역 사회와 문화>의 취지들을 실천적인 맥락에서 학생들과 연계할수 있는 방안으로서 마련되었고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여 본인이 작업한 과제를 책으로 만드는 것은 자신의 삶의 반경들을 ‘책’이라는 형태의 결과물로 완성하며, 배우고 나누는 장이 될 것이며. 이러한 형식은 대학의 강좌가 단순히 일 방향적인 것이 아닌, 함께 어우러져서 ‘관계’를 맺어가는 방식이라 할수 있다. 또한 교재와 과제가 결합된 독특한 형태의 실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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