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이탈 100% 향해 진격하는 부산시

 

 

 

권명아

 

 

 

 

 

 

   2012년 부산시의회는 '부산 청년대학생 정책욕구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부산에 있는 대학에 다니는 학생 중 졸업 후 부산에 계속 거주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학생은 51.2%에 불과하다. 또 이 조사에 따르면 부산 청년 대학생들이 부산에서 개선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점으로 꼽은 것은 인적 자원 개발 프로그램과 일자리 창출 노력이다. 달리 말하면 현재 부산 지역 청년 대학생들에게 부산에서 자신들이 어떤 '인력'으로 성장할지 미래를 그려낼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재 양성 전망 등 '미래'를 달라는 청년들
 
   이는 청년들의 일자리에 대한 불만이 '일자리가 적다'는 식의 양적 문제가 아니라, 내가 커 나갈 수 있는 미래적 전망을 가진 일자리가 없다는 불만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 조사에서 많은 학생이 월급 때문이 아니라, '미래' 때문에 서울과 수도권으로 가고 싶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다. 즉 청년들에게 부산에서의 자기 삶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는 청년들이 부산시의 인력 정책에 대해 다양성, 비전, 변화 가능성, 진취성과 같이 사람을 '키우는' 미래적 전망을 요구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청년들은 부산시에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상상력을 달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청년들이 부산에서는 주체적인 미래를 만들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어려운 말이 아니다. 부산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영역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서울이나 수도권과 비교해 부산에서 젊은 세대가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영역이 거의 없다는 것은 굳이 통계가 없이도 실감할 수 있다.

   청년들이 자기 미래를 꿈꿀 수 없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지역에 자립적 삶의 가능성이 없다는 의미이다. 미래는 꿈꾸는 것이다. 즉 미래란 그저 물리적 시간으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과는 다른 삶을 꿈꿀 수 있는 자립과 주체적 삶에 대한 열망으로 도래하는 것이다. 

   청년층의 부산 이탈에 대해 부산시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또 청년층의 부산 이탈에 대한 논의가 부산의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인구 통계학적 관점이 아니라 지역의 삶과 문화에 대한 성찰로 진전된 것도 최근의 일이다. 부산 청년 창업 지원센터 추진이나 부산 청년문화 육성 조례(2013년 5월 22일) 제정은 이러한 정책적 관심이 확대된 결과이다. 

   부산 청년문화 육성 조례의 경우 지역의 자립과 주체적 삶에 대한 열망을 청년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에서 구하려는 정책적 반영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실상 이 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문화 정책이기도 하다. 문화(culture)의 원뜻이 '키우다'(cultura·경작하다)라는 문화 이론의 원론을 새삼 거론하려는 것만은 아니다. 문제는 실질적 차원에 있다. 

   예를 들어 부산시 의정지원 자료인 '부산문화재단 비전, 핵심가치, 추진 방향 분석'(2012년)에서는 '인재들의 역외 유출'을 부산시가 처한 총체적 위기 상황의 핵심 요인으로 진단하고 있다. 그리고 부산문화재단의 존재 이유는 이와 같은 총체적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문화 분권'의 초석을 놓는 일이라고 논하고 있다.


미래 키우는 일, 부산문화재단의 존재 이유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부산문화재단의 존재 이유는 문화 사업에 국한되지 않고, 부산의 자립적 삶의 기반과 문화주권을 정초하는 데 있다. 또 앞서 인용한 자료들은 부산시 자체에서 수립한 정책 자료들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 부산문화재단 민간 이사장 선정 문제는 단지 문화계의 진영 문제나, '인물' 품평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부산문화재단 민간 이사장 선정 논란을 이런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제기하지 못한 채 공전할 우려가 높다. 

   부산문화재단 민간 이사장 선정 논란의 핵심은 부산시가 청년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도시, 즉 자립과 주체적 삶이 가능한 지역을 만들겠다는 정책적 기조를 스스로 배반한 꼴이 되고 말았다는 점에 있다. 그런 점에서 부산문화재단 민간 이사장 선정의 문제점은 부산시가 그간 추진해 온 정책 기조를 스스로 부정해 버린 데 있다. 인사가 정책을 부정해 버린 전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제 청년 이탈 100%의 기록을 세우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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