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0일 목요일, [문화/과학] 북클럽 논쟁 두번째 이야기가 홍대 클럽 바 "Sha"에서 이루어졌다.

권명아 님의 [무한히 정치적인 외로움]에 대한 논쟁으로, 조형근(문화과학 편집위원) 님의 사회와 김홍중(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님의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원래는 Sha의 주인장이자 허클베리핀의 리더인 이기웅 님의 공연도 함께 이루어질 계획이었으나, 한중 수교 20년 공연 일정이 변경되는 바람에 일찍 중국으로 출국하게 되어 부득이하게 취소되었다. 조금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이 덕분에(?) 책에 대한 논쟁이 더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 날 그 현장 속으로 가보자.

 

 

    

       <홍대 클럽 바 "Sha"의 내부는 공연사진과 조명 등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아프꼼 총서의 출판사인 갈무리의 오정민 선생님께서도 일찍 오셔서 부스를 뚝딱 만드셨다.>

 

 

 

대상의 뒤를 계속 쫓아가야지만 되는 어떤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기본적으로는 파시즘과 젠더 정치에 대해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 과정 속에서 정념이라는 다소

고전적인 문제와 만나게 되었다. 또한 고민하는 대상을 여러가지 방식의 해석 언어들을 가지고

고민하면서 현재, 정동이라는 이론과도 조우하게 되었다. (권명아 교수)

 

  권명아 선생님의 발화로부터 시작된 북클럽 논쟁에서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지점이 바로 위의 인용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권명아 선생님은 연구과정에서 만나게 된 문제들과 고민 지점들, 그것의 이행 과정에서 만나게 된 정동 이론과의 조우에 대한 맥락을 이야기로 풀어가면서 본인의 연구 궤적들을 밝혀 나갔다. 권명아 선생님은 역사적 자료들을 읽어나가면서 기존의 학문적인 방법틀에서는 사유될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그 자료들 속에서 천편일률적인 말들과는 다른 무언가의 흔적들을 발견하여 그것을 계속해서 쫓아가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것을 줄여 말하면 "부적절함"이나 "정념"이라고 할 수 있다. 선생님은 이러한 "부적절함"이나 "부적절한 정념의 담지자(풍기문란)"들을 희미한 불빛으로 삼아 쫓아오면서 여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물론 아직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이들 덕분에/탓에 한계를 내장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한편으로는 그것이 연구가 지속될 수 있는 동력이 되는 것이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지금에 이르게 된 연구의 이행 과정을 차근히 설명해 주셨고, 이를 토대로 하여 김홍중 선생님의 토론이 계속되었다.

 

 

 

     

                     <북클럽 진행중, 왼쪽부터 조형근, 권명아, 김홍중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우리 시대의 가장 대표적 정동을 외로움을 보고 계신듯 합니다.

책의 여러부분에서 외로움은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외로움의 자리에는 동일자와 타자의 문제,

소통의 문제, 권리, 권력, 통치성과 같은 문제들이 뒤엉켜있다고 말씀하셨고 이것이 외로움이

정치적인 것의 범주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셨다. 외로운 주체들끼리 우정, 환대 사랑 응답의 관계,

반려 관계를 모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외로움 한 단어로 21세기 초반

한국사회의 감정의 단면을 잘 읽어내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논리, 분위기 속에서 생각해 보면

한국 사회는 개인들의 외로움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정동의 역사를 써왔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분노나 정의감, 파괴적 열정이 아니라 외로움이 우리시대의 대표적인 정동이라면 선생님의 표현대로

파토스에서 아파지로의 전환일 것이고, 정치의 입장에서는 정치의 원동력이 외로움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설득력 있지만 한편으로는 씁씁한 생각이 든다. 다만 좀 아쉬운 것은 계급, 세대, 젠더의

차이들이 다채롭게 들어갔으면, 다시 말해 외로움을 비판해줬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외로움들의 차이를 짚어줬다면 외로움으로 진화해간 우리 시대의 정동이, 현재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으로부터 어디로 가야될지에 대한 좌표가 그려지지 않았을까 한다. (김홍중 교수)

 

  권명아 선생님의 1차 발언 이후, 김홍중 선생님께서는 사회학자로서의 입장(?)으로부터 도출된 몇 가지 의문점을 가지고 토론에 응해주셨다. <<마음의 사회학>>이라는 저서를 통해 한국사회를 진정성의 체제에서 포스트 진정성의 체제로의 전환이라는 문맥을 가지고 문학, 문화 텍스트들을 종횡무진하며 날카롭게 분석한 김홍중 선생님께서는 몇 가지 심도 깊은 논점들을 제기해 주셨다. 사회학이 탐구해야 할 마음의 영역, 마음의 레짐(regime)을 <<무한히 정치적인 외로움>>과 함께 고찰해 본다면, 특히 한국사회에서의 대표적인 정동(affect)이 권명아 선생님의 분석대로 외로움이 아니었을까 라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여 그것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도 짚어주셨으면 하는 아쉬움까지도 표해주셨다.       

  다시금 바톤을 이어 받은 권명아 선생님께서는 외로움이 왜 문제적인가, 그리고 책을 읽은 독자들이 감지한 외로움의 다양한 스펙트럼들, 일제 식민지기를 통한 파시즘체제의 경험, 한국전쟁(전후)에서 나타난 외로움 등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말해주셨다. 그리고 김홍중 선생님께서 논의해 주신 외로움이 나아가야할 좌표, 다시 말해 전망(perspective)을 제시하는 것을 왜 시도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권명아 선생님의 응답이 계속되었다. 권명아 선생님께서는 이 글들을 쓰면서 경계해야 할 몇 가지 지점들을 가지고 있었다고 고백하셨다. 그것은 "지도를 그리지 말자, 예측하지 말자, 정동을 대안으로 제시하지 말자, 정동을 전유하지 않는 방식으로 글을 쓰자" 등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하여 그들 "옆에서 써 나가는 방식"을 택하게 된 점에 대해서, 그리고 이것이 학문장에서 비판받을 것이라는 점 역시 염두에 두었던 분석 방식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말해주셨다. 이러한 부분은 이 글의 첫번째 인용("대상의 뒤를 쫓아가는 방식")과도 연결된다.

  이외에도 김홍중 선생님께서 꼼꼼하게 읽고 제기해준 또 다른 논점들에 대한 응답과 재-질의, 코멘트, 참석자 분들과의 토론 등의 시간도 이어졌다.

    

 

 

 

                              <북클럽 논쟁의 현장과 그 속에 있었던 많은 참석자 분들>

 

 

여러 가지 제안이 오고간 문화과학 북클럽 논쟁 두 번째 이야기.

이 자리를 빌어 권명아 선생님께서는 김홍중 선생님의 토론과 참석자들의 코멘트 등이, 앞으로 해 나갈 작업에 대한 자극과 격려가 되었다고 말하셨다. 그리고 현재까지의 고민을 확인하는 작업과 그 이행의 결과들을 나누는 자리로부터 출발한 이번 북클럽이, 한편으로는 그것으로부터 본격적으로 해 나가야할 이후의 연구들에서의 중요한 화두들과 숙제들을 받은 자리가 아니었을까 하면서,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더 자세한 북클럽의 생생한 현장은 영상을 통해서도 확인 가능합니다. 아래 링크를 참조해 주세요.)

http://www.aff-com.net/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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