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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추석을 즐기고만 있으려니 일본을 갔다 온 느낌을 잊어버릴 것 같아서 이렇게 후기를 빨리 씁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신현아씨 덕분에 좋은 기회를 얻어 프로젝트 팀의 통역을 맡아서 갔다 왔습니다. 가기 전까지만 해도 공항 화장실에 들어가서 안나와야겠다 할 정도로 긴장되고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가서도 패닉상태를 겪기도 했고요.ㅜㅜ) 하지만 갔다 온 지금은 매우 기분이 행복합니다.

 

 우리 프로젝트의 연구 주제인 ‘정념’을 아마 들을 때 마다 물어봤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연구자님들의 글을 번역하면서 보았던 ‘월경’의 의미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갔다온 지금은 ‘정념’의 개념도 외웠고(확실한 이해는 못했지만..), ‘월경’을 직접 눈으로 보았던 것이 커다란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일본. 더 구분하면 와코우 대학의 사회학과, 쿠마모토 학원 대학의 동아시아 학과, 동아 대학교의 국문학과. 서로 다른언어, 또 상관이 없다면 없을 수 있는 이 세 분야가 모여 서로의 생각을 두 나라의 언어로 교환하고 이해하였습니다. 그 속에서 저의 역할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기쁩니다.

 

 저 개인적으로 기쁜 것은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한 것입니다. 저는 방학이 시작되어서 팀에 합류하게 되었고 그래서 이야기 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솔직히 저의 얘기를 많이 해서 죄송한 것도 있지만 몇몇 분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어 저는 즐거웠습니다. 또 생각지도 못하게 일본 학생들과 노래방을 간 것도 엄청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만난 지 이틀 밖에 안 된 사람들과 노래방을 가는 것이 불편하기도 했는데 가보니 재밌는 상황을 겪은 것이 즐거웠습니다. 알고 있었지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사람도 있었고, 두 명이서 죽이 맞아 오키나와 노래를 부르는 것도 신선했고, 또 태어나 처음 듣는 걱정의 대사(?)를 듣기도 해서 웃겼습니다. 무엇보다도 즐거웠던 것은 노래방을 나와 길을 잃었던 것입니다. 늦은 새벽에 길을 잃었는데 하나도 무섭지가 않고 오히려 즐거웠습니다. 이때가 일본에 가서 두 번째 밤이었습니다. 겨우 이틀 지낸 일본이 내 집처럼 느껴지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내 옆에는 신현아씨, 김선우씨 같이 있었고 저는 일본어를 할 줄 알았고 우리는 어떻게든 호텔에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택시를 탈 돈도 있었고 전화를 해서 물어볼 장혜리씨가 있었고 지나가는 사람한테 물어볼 일본어도 있었고 방법은 많았습니다. 이 때 제가 느낀 지금까지의 불안함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어떻게 미래를 살아 나가야할까 내가 뭘 할 줄 알까. 뭐가 하고 싶을까 아무런 생각이 없었습니다. 누가 ‘너 뭐할꺼야’ 라고 묻는 것 자체가 싫었고 저 스스로 생각하기도 싫었습니다. 왜냐하면 길을 잃을 수도 있는 꿈일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길을 잃어보니 길을 잃어도 괜찮다는 경험을 해보니까 그런 꿈이라도 가지고 있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항상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부모님의 꿈이 충돌하고 그 사이에서 저는 이도 저도 아니게 행동을 했습니다. 그런데 안 그래도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정확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모르겠지만 급하게 찾아보지 않고 일본어 공부하면서 여러 가지 해보면서 찾아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해 진 것은 어정쩡한 상태로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제대로 통역도 못하고 이렇게 제 고민만 덜고 돌아온 것 같아서 죄송한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제가 마지막 날 술자리에서 울었던건,,, 제가 생각할 때 제가 제대로 통역을 잘 못하고 통역팀의 분담이 체계적으로 안된 것 같아서 일본어로 이야기 된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이야기가 몇몇 분께 제대로 전달이 안된 미안함에 주책을 ...... 그래서 통역할 일이 있다면 미리 저 스스로의 실력을 업 시켜놓고 통역 팀이 더 체계적으로 구성 되어 많은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많은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워크숍이 net-a의 전환점인 동시에 저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수고 하셨고 추석 푹 쉬시고 곧 만나요 ~^^ 다음 번엔 더더더더더더더더더 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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