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문학]이다

 

 

기재성(래인커머)

 

 

 

 

 

 

   대학교 2학년 때 디자인사 수업이 있었다. 하루바삐 남들이 모를 포토샵 기술을 익히고 깜짝 놀랄 그래픽을 만들어야 할 텐데 생뚱맞게 역사 공부를 시키나 싶었다. 문자가 없던 시절에 벽에 그림을 그려서 메시지를 남기던 시절의 이야기부터 산업혁명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노동의 가치가 훼손되어 이를 회복하고자 일어난 미술공예운동이야기, 그리고 팝아트, 포스트모더니즘 등...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잘 다루는 훈련을 하는 게 시급한 것 같은데 책을 보고 텍스트를 다뤄야 하는 상황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수업시간마다 졸았고 시험기간에는 교수님이 짚어주는 대목만 부랴부랴 읽고 가까스로 통과했다.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못마땅했다.

 

 

 

 

 

▲ 대학시절

 

 

 

   졸업 후 잠깐의 회사원 생활보내고 디자인 사무실을 열었다. 회춘프로젝트라는 지역문화예술활성화사업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사무실을 시작한 이후로 지역의 문화예술 관련 단체,기관의 일을 주로 했다. 그런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나는 클라이언트의 사업에 참여했던 사람이 아닌데 그 과정과 결과를 정리한 원고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시안을 만든 것 같다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이다. 나는 한글파일과 사진을 받아서 보기 좋게 꾸며주면 되는 입장인데 왜 내가 그 내용을 다 파악하고 작업해야 하나 싶었다.

 

 

 

   꽤 오래전의 일이라서 기억이 흐릿하지만 어릴 때 글을 많이 썼고 중학교 때교내외 백일장 및 경시대회에서 받은 상장으로 내 방의 한쪽 벽면을 다 채울 정도였다. 누구나 이 정도의 리즈 시절이 있을테니 자랑하고 싶은 것은 아니고... 그냥 그랬다는거다.

 

 

 

   어릴 때의 기억을 되짚게 된 계기는 개념미디어 바싹 활동을 시작하였을 때다. 이 역시도 회춘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인연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려야 하는 세상에 발을 디딘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런 생각을 한 후로 원고를 받게되면 정독은 못해도 속독하고 눈길이 가는 부분은 더 읽어보고 시안을 잡게 되었다. 어떤 상황을 무슨 말로 표현하는지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특히 아프꼼과의 인연을 통해서 시작하게 된 계간 문화/과학의 편집디자인을 맡게 되면서부터 더욱 글을 읽는 것에 다시 흥미를 붙였다.

 

 

 

  내가 2부터 미술학원을 다니고 디자인학과를 입학하게 된 최초의 이유는 내 생각을 그림으로 그리고 다른 사람의 공감을 얻는 것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더 거슬러 올라가면 중학생일 때는 글을 써서 다른 사람의 공감을 얻고 칭찬을 받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 나는 내 생각을 표현하고 공감을 얻어내는 것을 좋아했다. 글을 쓰느냐, 그림을 그리느냐 하는 것은 이를 위한 방법들 중의 하나이다.

 

 

  인간적으로나 비즈니스적으로나 인연을 맺어오던 인문학모임 아프꼼에 정식으로 가입하게 되었다. 1 때 국어선생님의 개인 첨삭지도를 받으며 경시대회를 준비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글이든 그림이든 좋다.

  [디자[]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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