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영수증 발급 이후> 프롤로그

: '로 찍는 다큐멘터리

 

 

 

장옥진(래인커머)

 

 

 

 

태어나서 유년기까지 나에 대한 기록은 부모님이 해주셨던 것 같다. 1993522, 음력 42일의 달력을 시작으로 집에는 내가 과거에도 로 있었음을 말해주는 것들이 있다. 나를 담은 세 개의 앨범, 유치원 졸업식 때 대표로 읽었던 정원동산을 떠나며답사문, 초등학교 1학년 때 경필쓰기대회에서 무려 최우수상을 받아 지금도 액자에 걸려 있는 그 원본, 초등학교 교내 신문에 얻어걸리듯 나온 체조하는 사진, 초등학교 6년동안의 생활통지표와 받은 상장들. 부모님은 그렇게 커 가는 나를 가장 곁에서 지켜보면서 하나둘씩 모아두셨다. “해줄 수 있는 것도 별로 없는데 그거라도 결혼할 때 가져가라, 이게 다 내 재산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나에 대한 기록을 내가 처음으로 한 것은 그림일기, 생활일기를 써서 검사를 받았던 초등학교 저학년 때가 아닐까 싶다. 모두가 한 번쯤은 써봤을 그때의 일기라는 것은 하루단위로 생활을 돌아보며 주로, 재밌고 슬펐던 일과 같은 감정들을 솔직하게 담을 수 있는 하나의 장소일 것이다. 물론 지금 나에게는 하루를 돌아보는 것에, 나의 감정을 돌보는 것에 소홀해져서 잃어버린 장소이기도 하다.

여기까지다. 내가 과거의 나를 만날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왜곡되지 않은 기록들은 말이다. 그리고 지금 <대졸 영수증 발급 이후>라는 제목으로 나에 대한 기록을 해보려고 한다. 주인공 는 대학교를 졸업했고, 주변의 사람들이 보기에 영락없는 취업준비생, 백수이다. 진전 없이, 멈춰 있는 시간 속에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나말고도 이러한 시간 속에서 지내는 청년들은 많고, 그렇기에 이러한 기록은 필요하지 않을까. 이들이 멈춰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나 스스로도 이 시기를 멈춰 있던 때로 기억하지 않기 위해서도 말이다. 다큐멘터리처럼 실제의 시간을 담고, ‘로 나의 생활을 찍어내려고 한다.

 

 

올해 2, 1차로 국어국문학과 졸업 학위증, 그러니까 대졸 영수증을 받아 부모님께 드렸다. 엄마, 아빠는 번갈아가며 한 번 스윽 쓰다듬더니 졸업 사진은?” 하고 물었다. 유치원 졸업 때의 장난감같은 학위가운과 학사모 말고 진짜를 입은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 별 필요 없다는 건 쉬운 내 생각이었고, 부모님의 서운한 표정을 이길 수 없어 스튜디오에 가서 졸업 사진을 찍었다. 326, 2차로 부모님께 대졸 영수증을 드렸다. 엄마, 아빠는 액자를 싼 비닐에서 졸업 사진을 조심히 꺼냈고 뭐 묻을까 쓰다듬지도 않았다. 한참 액자를 쳐다보더니 아이고, 됐다. 네 방에 걸어줄게.” 했다.

 

 

그렇게 나는 대학교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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