來人 커머를 열며

지금은 아니어도 좋은, 그런 날, 그런 사람들이 여는 하루

 

 

밤늦도록 복천동의 별 아래 밤이슬을 맞고 돌아온 날.

 

최근 만난 레쥬파의 전파를 송신받으며, 나도 모르게 저 내장 깊숙한 곳에서 파동을 치는 듯한 웃음이 내 몸을 진동시킨다.

 

"성소수자의 인권과 삶의 권리를 지지하는 페미니스트로서"

라는 식의 단서를 굳이 달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저 송신되는 그 전파에서, 공통의 삶의 곤경을 나눌 수밖에(여기에 방점이 있으리라.) 없는 이들 사이에서만 발생하는

시시덕거림에 내 몸이 공명한다.

 

선생이나 지식인, 대안모임의 오거나이저나 페미니스트라는 어떤 위치 혹은 정치적 입장의 공유가 아닌

 

그저 하나의 인간으로서, 그 인간의 조건의 특이성을 나눌 수밖에 없는 이들 사이에서만 가까스로 발생하는 어떤 '분유'를.........

 

 그 분유가 파동 속에서 진동한다.

 

퀴어에 대한 낭만적 이상화를 반복하려는 것은 아니다.

성적 정체성과 상관없이, 자기가 속해 있어야만 하는 사회/제도 속에서 원치 않아도 '퀴어하게' 간주되는 삶이 있다.

 

나는 이것을 '싱글 라이프'라고 명명한 적도 있었다.

 

이때 그 퀴어는 성정 정체성과는 상관없이, 그 지역/사회/제도의 일반화된 삶의 방식에 끼어들어갈 여지가 없는 존재라고 할 것이다.

 

그런 '퀴어'의 목록을 나열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상하게도, 이 '퀴어'라는 조건을 달고 있음을 서로 감지하는 이들 속에서

다른 관계에서는 가능하지 않았던, '나, 자신'으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경험하게 된다.

 

선생이나 오거나이저, 페미니스트나 성실한 학자 등의 역할이 아닌.

 

하나의 존재로서, 다른 존재와 만날 수 있는 가능성말이다.

 

하나의 존재로서, 다른 존재와 만날 수 있는 가능성,

 

아프콤을 통해, 그 가능성을 찾아 길을 떠나야 하리라.

 

來人커머....

 

지금이 아니어도 좋은, 언젠가는 만날

그 사람들, 그 시간들

 

아직은 아니지만, 항상 여기에 있는 그런 존재이자 관계로서 來人커머....

 

來人커머....

그들이 나타나면 비가 올수도 있다는 rain comer

 

비를 부를 수도 있는 '우리'는 내 안의 신성한 역능을 그렇게 우연히, 사건적으로 '비'처럼 내리게 할 수도 있으리라.

 

來人커머....

 

비가 되어 당신들에게 내리고 싶습니다.

 

affcom-來人커머

 

권명아

 

 

*affcom 이라는 이름의 기억에 대한 짧은 편지*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을 자꾸 쓰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이 과거를 청산하거나,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의 나아감이 되기 위해서도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을 당분간은 자주 사용해도 좋으리라.

 

그간 아프콤은 프로그래머, 연구원 등 팀원들 스스로 자신에게 이름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리고 그 이름과 역할을 통해 구축된 아프콤의 역사는 그 자신의 소명을 다하고, 다른 이름으로 전화되고 있다.

 

새로운 이름을 얻는 것은,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나가는 것이기에 아프콤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졌던 그 모든 이름은

지금, 이곳에는 없던 자리를 만들었고, 그 이름이 사라졌다해도 그 자리는 무엇인가 다른 것으로 변용되어 나가리라 생각된다.

 

하여 그 이름과 그 자리가 아프콤이라는 이름으로 더이상 불려지지 않는다 해도, 그 이름과 자리들은 빛나리라.

 

그리고 나는 그 빛 속에서 실패가 아닌, 나아감의 새로운 형식을 보았다. 그렇게 서로가 다른 길로 나아가는 실패라면 더욱더 많은 실패가 우리에겐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 빛나는 실패 속에 새겨진 그 이름들 역시 언젠가, 지금이 아니어도 좋은 그런 날, 그런 사람으로

비가 되어 서로에게 내리게 되기를.

 

다른 길을 걸어가는 나의 친구였던 아프콤 멤버들에게 사랑을 담아 우정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사랑과 정열을 그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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